야쿠시마 방문기②/ 드디어 원령공주 섬에 폴짝
야쿠시마 방문기②/ 드디어 원령공주 섬에 폴짝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09.0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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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코소! 세계자연유산 야쿠시마에’. (ようこそ! 世界自然遺産の 屋久島へ)

야쿠시마 도착을 알리는 방송에 감고 있던 실눈을 떴다. 멀리서 보니 방파제에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야쿠시마와의 첫 대면이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원령공주의 섬이구나’.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배에서 내렸다.

하늘에서 곧바로 쏟아지는 햇살에 잠시 눈이 부셨다. 항구는 작고 아담했다. 미야노우라 항구다. 한자로는 궁지포(宮之浦)라고 쓴다. 한자를 풀어보면 ‘궁이 있는 포구’라는 뜻이다. 마을 인근에 이곳 사람들의 정신적인 공간인 신사(야쿠신사)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미야노우라는 야쿠시마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마을이다. 마을 이름을 딴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1936m) 산이 있는데, 일본 100대 명산에 포함된다. 야쿠시마 최고봉이자 규슈 전체에서도 가장 높다고 한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는 사이, 미리 연락해 둔 숙소에서 마중을 나왔다.

옅은 녹색 소형차를 몰고 나타난 사람은 ‘야쿠스기소우’(民宿やくすぎ荘)라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여사장이다. 아담한 체구지만 다부져 보였다. 짐을 싣고 숙소가 있는 미야노우라 마을로 향했다.

야쿠시마의 도로는 왕복 2차선이다. 앞 차가 천천히 간다고 해서 앞질러 갈 수도 없다. 아예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없는 섬이란다. 속도 제한 표지판은 있지만, 이를 감시하는 카메라는 보지 못했다. 차도, 사람도 속도를 줄이면서 살라는 생생한 교훈의 현장이다.

항구에서 15분 정도 달려 좁은 길로 들어서니 숙소 간판이 보였다. 민박집 치고는 꽤 컸다. 방이 20개가 넘었다. 야쿠시마를 두 번 방문 동안 이 민박집에서 이틀을 묵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 여사장님의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다. 빈말이 아니었다. 식당은 30명 정도가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현지 재료를 이용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졌고, 금방이라도 젓가락이 춤 출 기세였다. 특히 날개를 쭉 뻗은 날치 튀김이 인상적이었다. 날치는 야쿠시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라고 한다.

 

가고시마현 사람들은 사케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야쿠시마 특산물 고구마로 만든 '미다케' 소주만 마신다.

소박한 만찬이 펼쳐졌으니 술이 빠지면 섭한 법. 시원한 맥주도 좋지만, 야쿠시마에 들렀다면 꼭 이 술을 맛봐야 한다. 고구마로 만든 미다케라는 소주다. 야쿠시마를 포함한 가고시마현 사람들은 사케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소주만 마신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미다케는 야쿠시마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술이다. 비싸지는 않다. 도수는 25도. 잔에 얼음을 넣고 원액 1, 물2의 비율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한잔 쭉 들이켰다. ‘일본 100대 명수’로 빚은 미다케, 과연 예사롭지 않았다. 사시미 한 점과 미다케 한 모금이 입 속에서 적절하게 ‘케미’를 이뤘다.

숙소 바로 앞에는 미야노우라 강이 흐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 속에서 흘러 내린 강물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닷물과 서로 몸을 섞는다. 주위는 온통 산 천지, 초저녁 천변 풍경에 잠시 넋을 놓았다. ‘멍 때리기’엔 최적이었다.

다음날 아침 미야노우라 다리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빨간 자전거 하나가 다리 귀퉁이에 세워져 있는게 아닌가. 둘러보니 20대 연인들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데이트 모습이 예뻐서 잠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발걸음을 다시 마을 쪽으로 향했다. 어슬렁 어슬렁. 눈과 가슴으로, 마을 풍경을 꽉꽉 눌러 담았다.  ‘아! 공기는 또 왜 이리 좋은거야’. <3편에 계속>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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