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회사가 화장품을 만든다?
필름 회사가 화장품을 만든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9.1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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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필름 메이커 코닥은 2012년 파산
후지필름은 재생, 헬스케어로 업태 전환
콜라겐 이용해 화장품 만들어 내는 혁신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것은 미국 코닥사의 엔지니어 스티븐 세슨(Steve Sasson)으로 알려져 있다. 1975년의 일이다. 하지만 필름사업 선두를 달리던 코닥은 디지털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져 37년 뒤인 2012년 파산하는 운명을 맞았다. 업계는 코닥의 도산 원인에 대해 "기술력은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닥 도산 이후 다들 경쟁사인 일본의 필름 회사 후지필름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몰락은커녕 후지필름은 오히려 몸집을 더 키워갔다. 그 원인은 뭘까.

필름은 초정밀 기술을 요하는 산업이다. 사진 필름이라는 여러 겹의 얇은 막 속에 미립자를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나노 기술이 적용됐다. 그런데 이 필름의 주성분이 콜라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필름의 산화를 막기 위해 콜라겐 성분을 사용했던 것이다.
 
2000년대 초, 후지필름의 전체 매출에서 필름 매출은 60%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필름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후지필름은 필름 산업이 사양화를 맞자, 콜라겐의 쓰임새를 재생 의료와 미용 영역으로 돌렸다. 사진 필름과 화장품을 연결시킨 것이다.

후지필름은 몰락한 코닥과 달리, 생명 과학 및 헬스 케어 분야로 재빠르게 업태를 전환했다. 80년 가량 축적된 콜라겐 가공 기술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화학업체로의 이런 혁신은 업계의 모범적인 ‘경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콜라겐은 피부를 비롯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로, 피부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콜라겐은 30대부터 서서히 감소하는데, 그러면서 피부 탄력도 점점 더 저하된다.

후지필름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12년 전인 2007년, 콜라겐을 통한 피부재생을 내건 에이징 케어 브랜드 ‘아스타리프트’(ASTALIFT)를 출시했다. 일본 유통매체 WWD재팬은 8월 27일 “아스타리프트가 남성용 코스메틱 시장에 참여한다”며 “11월 브랜드 최초로 남성용 스킨 케어 시리즈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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