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대사로 '팽'당했던 ‘아베노믹스 브레인’
스위스 대사로 '팽'당했던 ‘아베노믹스 브레인’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9.0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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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주재 일본 대사에 요미우리회장 임명
전임자는 '아베노믹스 브레인' 혼다 데츠로우
소비세 동결 주장하다 아베 노선과 거북해져

아베 내각이 8월 30일, 시라이시 고우지로(白石興二郎·72) 요미우리신문사그룹 회장을 스위스 주재 일본대사로 임명했다. 아사히신문은 9월 1일 “언론사의 수장이 현직 대사에 기용된 건 이례적”이라며 “미디어 출신자로는 5번 째”라고 보도했다.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신문협회장으로 일했던 시라이시 회장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연호를 레이와(令和)로 정할 때 정부가 관련 의견을 청취한 ‘9인 간담회’의 멤버였다.

시라이시 회장의 대사 기용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얼마 전부터 하마평이 나돌았다. 요미우리신문이 아베 내각의 경제, 외교 정책을 지지하도록 하는데 시라이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이번 인사의 포인트는 시라이시 회장의 기용보다 그 전임자에 맞춰진다. 전임 스위스 대사는 혼다 데츠로우(本田悦朗·64). 그는 아베 총리의 30년 친구로, 아베노믹스를 입안한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도쿄대 법학과 출신인 혼다씨는 대장성, 재무성(대장성의 후신) 등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후, 경제학자로 변신했다.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당시 내각 관방에 참여했고, 2016년 3월에는 스위스 대사로 임명됐다. 그러다 올해 4월 그는 돌연 대사직을 사임했다. 그 자리는 5개월 째 공석이었는데, 시라이시 요미우리 회장이 이번에 이 자리를 메우게 된 것이다.

남들은 낙점 받지 못해 안달인 대사 자리를 혼다씨는 왜 스스로 사임했을까. 여기엔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소비세 증세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주장이다. 잘 나가던 혼다씨가 소비증세 반대론자라서 아베 총리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다.(아베 총리는 2017년 총선에서 소비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동안 혼다씨는 자신의 사임을 두고 말을 아껴왔다. 마이니치신문은 5월 21일 “아베 총리의 경제 브레인 중 한 사람인 혼다 전 대사가 마이니치 취재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혼다씨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다씨는 마이니치신문에 10월로 예정된 소비 세율 인상(10%)에 대해 “(미중 무역 마찰 심화에 따른 세계경제의 악화 우려 등) 위험이 산적한 가운데 일본에 리먼브라더스급의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소비 증세는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후인 5월 23일 블룸버그재팬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이 매체는 혼다씨를 인용 “10월로 예정된 소비 세율 인상을 실시하면, 아베노믹스는 실패로 끝난다며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증세를 동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2018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혼다씨는 ‘포스트 일본은행 총재’로 손꼽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는 경제 브레인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사서 ‘포스트 일본은행 총재’까지 염두에 뒀다”고 전했다. 한 재무 관료는 이 매체에 이렇게 말했다.

“같은 재무관료 출신이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소비증세 ‘용인파’인데 비해 혼다씨는 강경한 반대론자다. 아베 총리가 작년(2017년) 총선에서 소비세 인상을 공약하고 증세동결 노선을 대전환했기 때문에 (아베 총리로서는) 혼다씨의 존재가 거북하게 되었다.”

뉴스포스트세븐은 “혼다씨는 지금 스위스에 있다”(本田氏は現在もスイスにいる)며 “‘일본은행총재 대기 순번’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유배’가 되어 버린 모양새”(待機ポスト”のはずが一瞬にして“島流し”になってしまったようだ)라고 전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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