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특사’ 파견이 쉽지 않은 이유
‘이낙연 특사’ 파견이 쉽지 않은 이유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9.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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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 2시간 회동
가와무라 간사장 일본 가서 엉뚱한 내용의 인터뷰
이낙연 총리실 "기존 입장 반복했을 뿐인데" 반박
“지소미아와 화이트리스트를 묶어(세트로) 함께 다시 종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떻겠는가”. 일한의원연맹 가와무라 간사장의 방언을 전하는 일본 ANN방송 화면.
“지소미아와 화이트리스트를 묶어(세트로) 함께 다시 종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떻겠는가”. 일한의원연맹 가와무라 간사장의 방언을 전하는 일본 ANN방송 화면.

일한친선협회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 한국을 찾은 건 지난 9월 1일이다. 서울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민간교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다음 날인 2일엔 이낙연 국무총리를 따로 찾아 2시간 가량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유흥수 회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관방장관을 지낸 중의원 10선의 자민당 의원이다. 초당파 의원들이 참여한 일한의원연맹의 간사장을 맡으면서 지한파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일한친선협회 중앙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 이낙연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이 지한파이긴 하지만, 정치 노선은 한국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고향과 지역구가 야마구치현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와 인연이 상당히 깊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 역시 정부 각료 중 지일파로 통한다. 언론사(동아일보) 재직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의원(당시 민주당) 때는 한일 의원연맹 간사장, 부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다. 통역 없이도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일본어에 능통하다.

그런 이 총리를 대일특사로 파견해 한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오래다. 하지만 서로 양국을 잘 아는 이 총리와 가와무라 간사장의 만남은 엉뚱한 결과를 불러오는 사태를 빚었다. 

GSOMIAとホワイトリスをトセットで一緒に元へ戻すということはどうだろうかと~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화이트리스트를 묶어(세트로) 함께 다시 종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떻겠는가”

일본 ANN방송의 인터뷰 자막 내용이다. 가와무라 간사장과 만난 이낙연 총리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ANN방송은 3일 가와무라 간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입을 빌어 이 총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총리와 만남을 가진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사진=YTN 영상 캡쳐.
이낙연 총리와 만남을 가진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사진=YTN 영상 캡쳐.

하지만 이낙연 총리실은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석우 총리 공보실장은 3일 내놓은 이메일 브리핑에서 “이 총리가 가와무라 간사장에게 ‘일본 측이 취한 조치들을 원상회복하면 한국도 지소미아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ANN방송 내용처럼 세트가 아닌, 일본의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가와무라 간사장은 아베 신조 총리 관저를 찾아 만남 결과를 보고했다. 이낙연 총리의 제안에 대해 아베 총리는 “(한·일 갈등의) 근간에 있는 징용을 둘러싼 문제의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갈등을 풀 여지가 전혀 없고, 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가와무라 간사장이 한일의원연맹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도 회담했다(河村氏は2日、与党「共に民主党」議員で韓日議連会長の姜昌一氏とも会談した。)고 보도했다.

강창일 의원은 한달 전인 8월 1일 국회대표단을 이끌고 화이트리스트 규제 철회 요청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면담 ‘퇴짜’를 맞았었다. 그런 강의원이 한국을 찾은 가와무라 간사장을 만났다면 분명 뼈있는 소리를 했을 것으로 추측됐다.

재팬올은 강창일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4일 의원실과 전화 통화를 했다. 하지만 의원실 관계자는 “만남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정황상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측컨대, 이낙연 총리와 가와무라 간사장의 만남 결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만큼 강창일의원실이 말을 아끼는 모양새로 비쳐졌다. 이래저래, ‘이낙연 대일특사’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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