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구자들②/ 지퍼의 제왕
일본의 선구자들②/ 지퍼의 제왕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9.25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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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절반 이상 일본 브랜드 YKK 지퍼 사용
요시다 타다오(吉田忠雄)라는 창업자가 만든 회사

일본인들은 제품이나 시설 등 가장 먼저 만든 사람에게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의 아버지’, ‘~의 왕’, ‘~의 신’이다. 오늘날의 일본을 이룬 각 분야의 선구자를 찾아가는 코너를 마련했다. 첫 회 ‘지하철의 아버지’(地下鉄の父) 하야카와 노리츠구(早川徳次)에 이어 2회는 ‘지퍼의 제왕’ 요시다 타다오(吉田忠雄)다. <편집자주>


YKK는 Yoshida Kogyo Kabushikikaisha 이니셜
여러분이 지금 입고 있는 옷에 지퍼가 달려 있다면, 상표를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십중팔구 YKK라고 적혀 있을 터. 지퍼(zipper)=YKK. YKK는 지금 지퍼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옷, 신발, 가방 등에 붙어있는 지퍼 위의 브랜드 YKK는 일본 회사의 이니셜이다. 바로 요시다 쿄고 가부시키카이샤(吉田工業株式会社: Yoshida Kogyo Kabushikikaisha)라는 기업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이는 요시다 타다오(吉田忠雄1908~1993). 초기 회사명은 창업자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본격적으로 일본 '지퍼의 제왕' 요시다 타다오를 알아보기 전에, 지퍼 역사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퍼라는 단어 처음 사용한 이는 버트램 워크
처음 지퍼(zipper)라는 말을 사용한 사람은 굿리치 컴퍼니(Goodrich Company) 사장이던 버트램 워크(B.G Work)로 알려져 있다. 1923년의 일이라고 한다.

(브리태니커: In 1923 B.G. Work of the B.F. Goodrich Company gave the name zipper to the slide fastener that had just been adopted for closing overshoes.)

지퍼 발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발명자 휘트컴 저드슨(Whitcomb L. Judson:1846~1909)과 만난다. 그가 미끄러져 움직이는 지퍼(Clasp Locke)를 고안해 특허를 받은 것이 1893년이다.

뚱뚱해서 신발 단추 어려워했던 지퍼 발명가
몸이 뚱뚱했던 저드슨은 매일 허리를 굽혀 신발 단추를 풀고 채우는 것을 힘들어 했다고 한다. (A fat man, Judson was fed up with the ordeal of bending over to button and unbutton his boots every day)

그런 저드슨은 같은 해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출품해 루이스 워커라는 사람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냈다. 둘은 1894년 유니버셜 패스너 컴퍼니(Universal Fastener Company)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1906년 기드온 선드백(Gideon Sundback)이라는 스웨덴 사람이 저드슨의 회사에 일하게 되었고, 1913년 그는 플라코(Plako)라는 제품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것이 현대식 지퍼의 초기 모델이라고 한다.

‘지퍼에서 자동차’(샤론 로즈& 닐 슐라거, 민음인)라는 책은 지퍼 역사의 발전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지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나라는 독일
<지퍼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에 다시 변혁기를 맞았다. 독일의 지퍼 공장이 파괴되고 금속도 구하기 어려워지자 서독 회사인 옵티버크(Opti-Werk GmbH)가 새로운 플라스틱 연구를 했고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독일의 루르먼(J.R. Ruhrman)이 플라스틱 사다리형 체인을 개발해서 특허를 획득했고, 1940년에 앨던 핸슨(Alden W. Hanson)이 플라스틱 코일을 지퍼의 천에 재봉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후 거바크(A. Gerbach)와 윌리엄 프림벤시(William Prym-Wencie)사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톱니 모양의 플라스틱 와이어를 개발했다. 이제 지퍼가 옷에 재봉되기 시작했다.>

YKK 창업자 요시다 타다오(吉田忠雄)와 그의 고향 도야마현에 세워진 YKK센터파크.
YKK 창업자 요시다 타다오(吉田忠雄)와 그의 고향 도야마현에 세워진 YKK센터파크.

YKK 창업자 요시다 타다오의 삶
자, 그럼 YKK 창업자 요시다 타다오(吉田忠雄)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1908년 도야마현에서 태어난 그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도자기 수입상 가게에 취직했다. 이 가게는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대공황의 영향으로 도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게 요시다 타다오에겐 전환점이 됐다.

 당시 그 가게가 지퍼 수입도 하고 있었는데, 요시다 타타오는 창고에 있던 대량의 지퍼를 매입, 판매해 그 돈으로 도쿄에 회사(サンエス商会)를 세웠다. 스물다섯 때였다.

요시다공업, 1946년 YKK로 상표 정해
회사의 성장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전쟁의 시기가 돌아왔다. 전시 통제령에 따라 지퍼의 재료가 되는 구리와 알루미늄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태평양 전쟁에서 공장이 모두 불타버리자 요시다 타다오는 고향으로 돌아가 지퍼 생산을 재개했다.

회사 이름도 요시다공업(吉田工業) 주식회사로 바꿨다. 1946년엔 상표를 YKK로 정했다. 이는 요시다공업 주식회사를 영어(Yoshida Kogyo Kabushikikaisha)로 풀어쓴 이니셜이다.

당시 손으로 직접 만들던 지퍼는 품질이 좋지 않았다. 요시다 타타오는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동제조기를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모했다. 회사의 자본금이 500만엔 이었는데, 자동 제조기의 가격은 무려 1200만 엔에 달했던 것.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계를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결정은 옳았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 창업주 사망 이후 현재 전 세계 72개국에 108개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커졌고 10만 곳이 넘는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1993년 타계한 요시다 타다오 회장은 생전에 “하나가 불량품이면 YKK 지퍼는 전부 그렇다고 생각하라”며 제품의 질을 강조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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