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표 "배우라는 옷이 너무 행복하죠"
김홍표 "배우라는 옷이 너무 행복하죠"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9.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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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정조와 햄릿'속의 배우 김홍표. 작품에서 정조역을 맡았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속의 배우 김홍표. 작품에서 정조역을 맡았다.

“오늘 연습이 밤 10시 넘어서 끝나서요.”

최근 한 배우는 기자가 제안한 저녁 약속에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면서 무료 공연 ‘티켓 신청’ 태그를 보내주었다. 제목은 음악극 ‘정조와 햄릿’. 10여 년 넘게 인연을 맺은 이 배우의 연기 여정을 잠시 되돌아봤다.

사극 배역 유독 잘 어울리는 명품배우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드라마,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네가지 옷을 번갈아 입어온 지 25년(SBS 공채 5기, 1995년 데뷔). 옷이 그냥 몸에 맞을 리 없다. 옷에 걸맞은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배우들 동네에선 그를 두고 ‘부지런한 놈’이라고도 했다.

유독 드라마 사극이 잘 어울렸다. 천민에서 장군까지 다양한 옷을 입었다. 천민 황천왕동(‘임꺽정’), 권력을 꿈꾸는 연개소문 아들(‘연개소문’) 천문학자 이순지(‘대왕세종’) 고려무장(‘무인시대’), 목수 출신 판옥선 제작 군관(‘불멸의 이순신’), 정발 장군(‘징비록’) 등.

역할 탓에 평소 그의 얼굴엔 늘 긴 수염이 붙어 있었다. 그가 수염을 깎을 때는 장르를 바꿔 완전 새 옷을 입는 경우다. 수염 덕에 ‘브래드 OO’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엔 곤룡포(임금의 옷)를 입었다. 위에서 언급한 음악극 ‘정조와 햄릿’에서다. 이쯤에서 그의 이름을 소개해야 할 터. 배우 김홍표(45)다.

사극 배역속의 김홍표. 사진='대하사극 매니아 카페' 블로그.

음악극 ‘정조와 햄릿’의 정조역으로 무대

김홍표는 ‘정조와 햄릿’(연출 이우천, 음악감독 라예송)에서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역을 맡았다. ‘정조와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를 음악극으로 재해석한 작품. 2016년 초연을 시작으로 매년 배우를 바꿔가며 롱런을 하고 있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대표작이다.

9월 29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마당. 주말을 즐기는 가족 단위 놀이객으로 북적였다. 6시 30분 쯤, 이들은 스르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료 공연(사전 티켓 신청) ‘정조와 햄릿’ 무대가 갖추어진 관람석쪽으로.

발길을  같이하다 무대 뒤쪽으로 향했다. 배우 김홍표를 잠시 만나기 위해서다. 때마침 곤룡포를 입고 무대 준비 중인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사극에선 정말 다양한 신분으로 나왔다. 곤룡포를 입은 건 이번이 두번 째”라며 입꼬리가 올라간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두 가지 작품 동시에 관람하는 기분”

“작년 ‘조선에서 왓츠롱’이라는 웹드라마에서 ‘세종’을 맡았어요. 이번 정조역은 또 다르죠. 기분이 새롭죠(ㅎㅎ). 공연을 보시면 알겠지만 한 무대에서 두 가지 작품을 동시에 관람하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덴마크와 조선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 그리고 햄릿과 정조라는 고뇌하는 두 신분 말이죠. 날씨도 좋잖아요. 가족, 연인, 친구끼리 와서 편하게 관람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바쁜 배우를 오래 잡아 둘 순 없었다. 후다닥 무대 뒤편으로 달려가는 배우의 뒷모습에서 작년 초, 그와 나누었던 전화 통화가 떠올랐다.

 개인사업(음식)을 잠시 하다 접었다는 그는 “제가 할 일은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옷이 안 맞는거 같습니다”라고 했다. 배우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이었다. 당시 그의 새로운 부활을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연기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틀리지 않았다. 이날 7시 시작한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관객인사를 위해 무대로 걸어 나왔다. “정조역의 김홍표입니다”라는 무대 아나운서의 소개에 관객석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박수를 보탰다.

오래전 연기 초년시절엔 교통사고를 당해 큰 고비를 넘겼던 그다. 그때가 첫 부활이라면 이번 ‘정조 곤룡포 착복식’은 그의 또 다른 도약인 셈이다.

“연기가 너무 좋아졌다”는 배우 김홍표. 한층 더 묵직해진 그의 연기는 10월 5~6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계속된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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