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구자들 ⑦/ 비닐 우산 발명가
일본의 선구자들 ⑦/ 비닐 우산 발명가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0.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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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도 비닐 우산을 쓴다? 사실 그렇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최애 제품'은 영국 풀톤(Fulton Umbrellas)의 우산이다. 영국 최대의 우산 제작 업체 풀톤은 1956년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인 아놀드 풀톤(Arnold Fulton)이 회사를 세우면서 출발했다. 세련된 패션미를 갖춘 풀톤의 제품은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레인 굿즈’로 인지도가 높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풀턴’ 우산 애용
창업자 아놀드 풀턴은 ‘버드 케이지라는 투명한 우산 발명가’(Inventor of the ‘birdcage’ transparent umbrella)로 알려져 있다. 버드 케이지(birdcage)는 풀톤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새장 같은 둥근 돔형으로 몸의 상반신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풀톤은 2003년 왕실에 납품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여왕,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비 등 왕실 사람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로 유명세를 탔다.

영국의 한 매체는 “영국의 우산 브랜드 풀톤은 비 오는 날 여왕의 필수품”(Fulton, a U.K. umbrella brand, is the Queen's go-to source for rainy day necessities)이라며 “여왕은 항상 자신의 복장에 맞는 완벽한 우산을 갖고 다니는 것 같다”(It seems that the Queen always has the perfect umbrella to suit her outfit)고 했다.

왕실 사람들이 풀톤의 버드케이지를 즐겨 쓰는 건 배려 차원이라고 한다. 비가 와도 국민들에게 얼굴이 보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화이트로즈, 1958년 세계 최초 비닐 우산 개발
이런 비닐 우산을 제일 먼저 개발한 나라도 일본이다. 비닐 우산의 개척자는 ‘화이트 로즈’(ホワイトローズ)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역사는 도쿠가와 막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21년 창업한  다케다상점(武田長五郎商店)이 화이트 로즈의 전신이다. 당초 연초(담배)를 만들어 팔던 이 가게는 8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무네 막부에 물건을 납품했다. 종이에 기름을 칠한 우산이었다.

섬유 소재 일변도의 우산 역사에서 획기적인 제품이 등장한 건 1958년이다. 다케다상점은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비닐 소재를 직접 우산 뼈대에 붙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로로 비닐 우산이 탄생한 것.

일본 전역에 지명도를 갖게 된 건 1964년 무렵이라고 한다. 주간지와 TV에 ‘긴자에는 속이 비치는 우산이 유행하고 있다’(銀座は中が透ける傘が流行しているらしい)고 소개 되면서다.

다케다상점의 10대 사장인 스도츠카사(須藤宰)는 1972년 회사명을 지금의 화이트 로즈로 바꾸었다. 당시 장미꽃 무늬  제품이 많이 팔려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비닐 우산이 국제적으로 화제를 모은 건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다. 올림픽을 보기 위해 왔던 미국 뉴욕의 바이어 눈에 띄었다. 이 바이어는 비닐 우산의 획기적 성과에 주목했다. 뉴욕은 추위와 비바람이 심한 곳, 상반신을 보호하는 형태의 비닐 우산을 화이트 로즈에 주문했고 회사는 대박을 맞았다.

비닐 우산이라고 깔보지마라...가격 수십만원 대
화이트 로즈의 우산은 특히 선거 시즌에 불티나게 팔렸다. 선거에 나선 후보가 우천시에 가두 연설을 할 경우, 투명 비닐 우산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서 사람들의 얼굴을 잘 볼 수 있었다.

화이트 로즈는 이런 점에 착안해 우산 이름을 ‘카테루’(カテール)라고 지었다. 일본어로 카테루(勝てる)는 ‘이긴다, 승리하다’는 뜻이다. 선거 때마다 카테루 우산 주문이 쏟아졌다. 

이후 비닐 우산을 만드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화이트 로즈는 고급화로 눈을 돌렸다. 패션을 가미, 한 개에 수십만 원대의 비닐 우산을 만들어 일본 왕실과 스타들을 공략했다. 1721년 창업한 화이트로즈는 일본 유일의 수제 비닐회사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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