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구자들⑩/ 기상 정보기업
일본의 선구자들⑩/ 기상 정보기업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0.2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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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웨더뉴즈'는 세계 최대 민간 기상 정보 회사다. 얼굴 사진은 웨더뉴즈를 창업한 고 이시바시 히로요시 전 회장.
일본의 '웨더뉴즈'는 세계 최대 민간 기상 정보 회사다. 얼굴 사진은 웨더뉴즈를 창업한 고 이시바시 히로요시 전 회장.

날씨는 잠들지 않는다(お天気は眠らない)

세계 최대 민간 기상정보 회사 웨더뉴즈(weathernews)의 모토다. 이 회사가 치바현 마쿠하리에 본사를 둔 일본 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설립자는 고 이시바시 히로요시(石橋博良: 1947~2010) 회장. 일본 최초의 민간 기상 예보 서비스 회사를 만든 그를 일본에선 ‘기상혁명의 기수’(気象革命の旗手)라고 부르고 있다.

세계 최대 기상정보 회사 웨더뉴즈 탄생 배경
어쩌면 ‘그 사고’가 없었다면 이시바시 히로요시는 평범한 상사맨으로 살았을 지 모른다. 웨더뉴즈에는 이런 소개 글이 올라와 있다.

<1970년 1월, 후쿠오카현 이와키시 고나하마(小名浜) 항을 덮친 폭탄성저기압에 의해 화물선이 침몰, 1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의 기상 기술로는 이 폭탄성저기압 예측이 어려웠던 것. 선원을 위한 기상 정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 창업자 이시바시는 이 사고를 계기로 기상의 세계에 발을 디뎠고, 1986년 웨더뉴즈를 설립했다.>

원문:
(1970年1月、福島県いわき市。小名浜港を襲った爆弾低気圧により、貨物船が沈没。
15名の尊い命が奪われました。当時の気象技術ではこの爆弾低気圧の予測が難しかったこと、船乗りのための気象情報が存在していなかったことがこの事故につながりました。
創業者の石橋は、この事故をきっかけに気象の世界に進み、1986年にウェザーニューズを設立しました。)

이 해난사고는 이시바시 히로요시와 연관이 있었다. 사고 당시 그는 입사 3년차로, 아타카(安宅)산업이라는 회사에서 목재 수입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고 배경은 이랬다.

당시 이시바시가 몸담고 있던 목재 회사는 미국에서 산을 입찰 받았다. 거기서 잘라온 5만 그루의 통나무를 1만 5000톤 배에 싣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당초 목적지는 오사카항. 정상적인 이 루트를 이용할 경우, 물류 비용이 만만찮았다. 이시바시는 그 비용을 줄여야했다.

항구 목적지 바꿨다가 선원 15명 사망 참사
그가 선택한 곳은 후쿠오카의 항구였다. 하지만 그 잘못된 선택이 15명 사망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줄은 그도 몰랐다. 이시바시 히로요시는 당시 “정말 도움이 되는 기상정보가 있었다면, 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本当に役に立つ気象情報があれば、この事故は防げたかもしれない)고 한탄했다.

그런 비극적인 해난사고는 그의 인생을 '기상 비즈니스'의 길로 돌려 놓았다. “선원의 생명을 지키고 싶다”(船乗りの命を守りたい)는 생각을 가진 이시바시 히로요시는 퇴사 후 1973년 미국 기상 정보 회사 오션루츠의 일본 지사로 이직했다. (그가 일했던 아타카산업은 1977년 이토추 상사에 흡수됐다.)

이직 3년 만인 1976년, 29세의 이시바시 히로요시는 오션루츠 일본 지사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런 그는 9년 뒤인 1986년, 일본 최초의 민간 기상 정보 회사 웨더뉴즈를 설립했다. 급기야 1993년에는 오션루츠 본사까지 인수했다. 10년 뒤인 2003년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사람들은 생각하기 어렵겠지만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와 기상 변화에 민간한 일본인들은 ‘날씨 비즈니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예를 들어 휴일에 외출하는 사람이 날씨 정보가 궁금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은 일본 기상청에서 내놓는 ‘도쿄 전역의 강수 확률이 어떻다’는 단순정보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 있는 장소의 날씨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이다. 웨더뉴즈는 그런 상황에 대해 RC(리스크 커뮤니케이션)라는 서비스를 통해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총 강수량은 150밀리”라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전 세계 외항 상선 6천 척이 정보 지원 받아
개인들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주문 도시락 회사들도 웨더뉴즈의 정보를 제공 받는다. 행사가 열리는 날의 정확한 날씨를 알아야 도시락 회사는 낭패를 보지 않는다.

이시바시 히로요시 회장은 “기상청의 일기 예보는 범위가 너무 넓다”며 “우리는 행사가 열리는 지역만 한정한 예보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일본 기상청이 통상 20킬로미터 사방 단위로 예측을 하는 것과 달리, 웨더뉴즈는 5킬로미터 단위로 좀더 촘촘하게 예측을 한다는 얘기다.

중앙과 지방 대부분의 방송사들도 웨더뉴즈의 기상 정보를 받고 있다. 그런 웨더뉴즈의 매출은 BtoB와 BtoC 분야에서 상당 부분 창출되고 있다. 항공, 해양 소득원은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 외항 상선 1만 척 중 약 6천 척이 웨더뉴즈의 정보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기상청이 갖고 있지 않는 각종 데이터, 직접 쏘아올린 위성, 뛰어난 IT 기술을 바탕으로 웨더뉴즈는 창업 30여년 만에 세계 최대의 기상 정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21개국 32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치바현 출신인 이시바시 히로요시 회장은 9년 전인 2010년 5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63세.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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