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수염’ 정치인과 하네다 공항
‘프로펠러 수염’ 정치인과 하네다 공항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10.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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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하네다, 나리타 공항)

<일본의 브랜드 전문가 요코이 게이코는 ‘네이밍 발상법’이라는 책에서 유명한 야구선수 왕정치(王貞治: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인 오사다하루)를 사례로 든다. 감독이 세 딸의 이름을 모두 왕(王)변이 붙는 리(理)의 한자를 사용해 리향(理香), 리혜(理惠), 리사(理沙)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요코이 게이코는 “훗날 결혼해 성이 바뀌더라도 성을 이어가고 싶은 염원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왕정치의 딸들처럼 사람 이름이나 브랜드나 그 아이덴티티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네이밍 작법(作法)의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요코이 게이코는 “지역 재개발에 의해 새로운 명칭이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다”며 “지역에 의한 전통 혹은 지역 활성화와 연계하여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가 네이밍 개발의 과제”라고 했다.

요코이 게이코가 말한 지역재개발에 따른 새로운 명칭과 관련해 고치료마공항(高知龍馬空港), 요나고기타로공항(米子鬼太郎空港),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공항(徳島阿波おどり空港) 등 지역 공항의 네이밍 변경 과정을 살펴봤다. 도쿄의 거점공항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의 탄생 배경도 담았다.>

'프로펠러 수염' 나가오카 가이시
좌우로 뻗은 수염이 무려 70cm에 달했던 일본 정치인이 있었다. 그 모양이 마치 비행기 프로펠러 같다고 해서 ‘프로펠러 수염’(プロペラひげ)이라는 별칭을 가졌던 그는 ‘일본 항공의 아버지’(航空の父) 나가오카 가이시(長岡外史:1858~1933)이다.

일본 최초의 항공연구기관 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육군 중장 출신의 정치가(중의원)였다. 나가오카 가이시는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羽田) 공항의 탄생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다.

'프로펠러 수염' 나가오카 가이시. 그는 하네다 공항 탄생에 기여했다.
'프로펠러 수염' 나가오카 가이시. 그는 하네다 공항 탄생에 기여했다.

1917년 도쿄비행대학교가 개교했는데, ‘하네다비행장’(羽田飛行場)이라는 비행훈련시설이 설치됐다. 이를 주도한 이가 나가오카 가이시이다. 1924년 군복을 벗고 중의원에 당선되자, 그는 하네다에 국제공항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일본 항공 발전에 힘썼기에 ‘민간 항공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하네다공항의 정식 명칭은 도쿄국제공항이다. 도쿄 남서쪽 16㎞ 지점의 오다구(大田区) 하네다에 있다고 해서 통칭 하네다공항이라고 불린다. 지명 이름이 하네다(羽田)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땅의 모양이 새의 날개(羽)처럼 보이는 비옥한 밭지대(田)라는 설과, 새의 날개(羽)가 떨어진 밭지대(田)라는 설 등이 있다.

하네다비행장(1917년), 도쿄비행장(1931년)을 거쳐 도쿄국제공항으로 공식 출범한 건 1951년 4월이다. 하네다공항은 모양이 남북으로 크게 날개를 펼친 듯해서 ‘빅 버드’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나리타, 한국의 인천국제공항 성격
하네다공항의 과밀화를 막기 위해 들어선 것이 나리타국제공항(약어 NRT)이다. 도쿄에서 60km 떨어진 치바현 나리타(成田)시에 있다. 1978년 5월, 신도쿄국제공항이라는 이름으로 개항한 나리타공항(2004년 4월 민영화로 개칭)은 하네다공항으로부터 국제선 대부분을 이관 받았다.

국내선과 일부 국제선이 운행되는 하네다공항은 한국의 김포공항과, 국제선 위주의 나리타공항은 한국의 인천국제공항과 닮았다. 두 공항의 도심 접근성은 하네다공항이 훨씬 좋다. 정부 요인들이 전용기나, 외국 국빈들이 특별기로 오갈 경우, 도심과 가깝고 경비가 수월한 하네다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쿄를 거점으로 하는 하네다와 나리타공항처럼 일본 대부분의 공항은 ‘지명+공항’의 이름을 갖고 있다. 이런 딱딱한 브랜드와는 대조적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공항 브랜드들도 있다. <에디터 김재현>

<세계 최초로 공항에 요괴 이름 붙여>에 기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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