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부겐빌리아’ 꽃이름이 붙은 이유
공항에 ‘부겐빌리아’ 꽃이름이 붙은 이유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0.20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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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부겐빌리아 공항. 부겐빌리아 꽃 색깔인 분홍으로 장식됐다.

미야자키 부겐빌리아 공항. 부겐빌리아 꽃 색깔인 분홍으로 장식됐다.

(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미야자키 부겐빌리아 공항)

남아메리카가 주산지인 부겐빌리아(Bougainvillea)라는 꽃을 아는가. 미국령 괌의 주꽃(State Flower)이기도 한 부겐빌리아는 열대성 관목으로, 열대 지역에서는 일년 내내 꽃을 피우지만 그 이외 지역에선 꽃 주기가 4~6주 정도다. 선명한 분홍, 자주색이 특징이라서 퍼플퀸(Purple Queen)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꽃말은 열정(passion).

미야자키 국제공항, 부겐빌리아 공항으로 개명
전 세계에선 부겐빌리아 이름이 붙은 호텔, 거리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2014년 일본에는 특이하게도 공항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규슈 남쪽 ‘미야자키 부겐빌리아 공항’(Miyazaki Bougainvillea Airport)이다.

미야자키 국제공항은 2014년 개항 6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적으로 새 이름을 공모했다. 수많은 응모가 접수됐고, 선정위원회는 논의 끝에 부겐빌리아로 결정했다. ‘현 사람들의 온화한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라는 게 선정 이유다. 여기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는 사실.

미야자키현엔 ‘관광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 있었다. 마야자키교통(宮崎交通) 창업자이자 미야자키공항빌딩주식회사의 초대사장인 이와키리 쇼타로(岩切章太郎: 1893∼1985)가 바로 그다. 그는 생전에 부겐빌리아를 좋아했고, 보급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니 부겐빌리아가 미야자키현의 상징과도 같았던 셈이다.

부겐빌리아가 절정을 이루는 5월말~6월초 이 공항을 찾는 관광객들은 꽃을 선물 받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공항 터미널 입구에도 부겐빌리아가 약 200미터에 걸쳐 늘어서 있다. 공항 홈페이지는 부겐빌리아의 상징인 분홍색 일색이며, 부겐빌리아색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직원들도 볼 수 있다.

이런 부겐빌리아의 유럽 전파에는 한 프랑스 여성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 식물원(NYBG: New York Botanical Garden) 자료에 올라온 ‘잔 바레의 놀라운 업적’(The Amazing Feat of Jeanne Baret)이라는 글의 내용을 소개한다.

열대성 꽃 부겐빌리아가 유럽에 전파된 배경
1766년, 항해 탐험가이자 프랑스 제독인 루이 앙투완 드 부겐빌(Louis-Antoine de Bougainville)은 프랑스 왕의 명을 받고 전 세계 항해에 나섰다. 그는 식물 이름 권위자인 스웨덴 출신의 칼 린네(Carl Linnaeus)의 추천을 받아 식물학자 필리버트 코메르손(Philibert Commerson)을 고용했다.

코메르손은 항해에 한 사람을 데려가고 싶었다. 그의 연인이자 조수인 잔 바레였다. 그녀는 식물 수집과 식별에 해박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이 프랑스 항해선박에 탑승하는 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고민하던 코메르손은 잔 바레를 남자로 위장해 탑승시켰다. 

뉴욕식물원은 “코메르손은 부실한 건강 때문에 식물탐험을 자주 수행하지 못했다”며 “당시 잔 바레가 메인 식물학자로 원정대를 이끌었다”(Commerson was frequently incapacitated due to poor health, and at these times Baret led the expedition as chief botanist)고 했다.

식물 탐험 인정받지 못한 여성 잔 바레의 업적
뉴욕식물원은 이어 “잔 바레는 항해에서 6000개가 넘는 식물 표본을 수집하는 데 관여했지만 그 자신은 인정받지 못했다"(She was involved in collecting more than 6,000 plant specimens on the voyage, though she was never credited)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원정대가 브라질에서 발견한 열대성 분홍꽃은 공식적으로 코메르손의 업적이 되었다. 이 꽃은 탐험을 이끈 제독 부겐빌의 이름을 따서 부겐빌리아(Bougainvillea)로 명명됐다.

다시 잔 바레 이야기. 항해 2년 후 그녀는 정박지 타히티(Tahiti)에서 원주민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남자로 위장한 그녀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졌을까. 다행스럽게도 체포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탐험대를 이끈 부겐빌이 그녀의 공헌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잔 바레와 코메르손은 원정대를 떠나야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코메르손은 프랑스 식민지 모리셔스에서 죽었고, 잔 바레는 프랑스 군인과 결혼했다. 이후 잔 바레는 프랑스로 돌아오면서 긴 세계 여행을 마무리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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