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 이름 유래의 두 가지 팩트
산토리 이름 유래의 두 가지 팩트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0.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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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산토리 맥주)

네이밍 기법 중에 애너그램(anagram)이라는 것이 있다. 문자의 순서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언어 유희다.

가공의 이름에도 애너그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영국 소설가 샤뮤엘 버틀러의 소설 ‘Erewhon’(에레혼)이 좋은 예이다. 에레혼은 ‘nowhere’(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거꾸로 해서 만든 말로, 미지의 나라를 상징한다.

일본 브랜드 전문가 요코이 게이코는 “애너그램에 의한 접근 방법은 키워드에 변화를 주는 수단으로서 효과적인 네이밍 테크닉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일곱번 째는 맥주회사다. 이들 회사 중에 애너그램을 활용한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바로 산토리(Suntory)다. 오카사에 본사를 둔 산토리는 위스키, 와인, 맥주 등을 만드는 주류 음료회사다.

애너그램 활용해 창업자 이름 거꾸로 했다?

산토리의 창업자는 토리이 신지로(鳥井信治郎:1879~1962)라는 사람이다. 요코이 게이코의 견해에 따르면, 산토리 브랜드의 근원이 되는 말은 창업자를 부르는 ‘토리이상’(토리이씨)이라고 한다. 이를 애너그램 방식에 따라 앞뒤를 바꾸면 ‘상+토리이’가 되는데, 이게 ‘산토리’로 축약됐다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한다. 브리지스톤(Bridgestone)의 창업자는 이시바시 쇼지로(石橋正二郎:1889~1976). 브리지스톤은 그의 성(石橋: 돌+다리)인 이시바시를 거꾸로 바꾸어(橋石:다리+돌), 이를 영어(Bridgestone)로 표기했다는 것.

라벨 마크 Sun에 성 ‘토리이’(tory) 붙였다?

하지만 일본 광고학계의 권위자인 야스타 테루오(安田輝男)의 견해는 좀 다르다. 그는 산토리 브랜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907년에 출시해서 호평을 받고 있던 단맛의 포도주 ‘아카타마(赤玉) 포트와인’의 라벨 마크인 ‘SUN’과 창업자의 성인 토리이(鳥井)를 합쳐서 산토리라는 네이밍을 만들게 되었다”(‘일본 대표 브랜드’ 인용)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산토리의 홈페이지에서 이를 확인해 봤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역사’ 코너에는 브랜드의 정확한 유래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다만 ‘아카타마(赤玉) 포트와인은 산토리의 기초가 된다’(赤玉ポートワイン」はサントリーの礎となる)라는 문구만 나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유래가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것이 나쁠 건 없다.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산토리는 포도주, 양주, 맥주를 순서대로 내놓으면서 시장을 확대했다. 창업주 토리이 신지로가 포도주 제조, 판매를 위해 오사카에 토리이상점(鳥井商店)을 연 건 1899년이다. 8년 뒤인 1907년 히트 상품 ‘아카타마(赤玉) 포트와인’을 출시했다. 이후 1921년, 회사 이름을 ‘주식회사 고토부키야’(壽屋)로 바꿨다.

사명 변경 8년 뒤인 1929년에는 일본 최초로 위스키를 내놓았고, 1963년에는 맥주 발매를 시작했다. 맥주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회사 간판을 다시 ‘산토리주식회사’로 바꿔 달았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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