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구자들⑪ / 가스 버너의 아버지
일본의 선구자들⑪ / 가스 버너의 아버지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0.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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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타니 나오지 회장 102세 ‘장수 경영’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94~1989) 95세 △토마토 케찹, 소스 제조 유통업체 카고메(KAGOME) 설립자 카니에 이치타로(蟹江一太郎: 1875~1971) 96세 △석유기업 이데미츠코산(出光興産) 창업자 이데미츠 사조(出光佐三:1885~1981) 96세 △컵라면의 아버지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1910~2007) 97세.

장수 경영을 했던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창업주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뛰어넘어 100세 경영을 실현했던 경영자가 있었다. 2005년 102세로 세상을 떠난 이와타니산업(岩谷産業) 창업주 이와타니 나오지(岩谷直治: 1903~2005)다.

일본 프로판 가스의 아버지라는 별칭

그는 ‘프로판 가스의 아버지’(プロパンガスの父)로 불리는데, 우리가 야외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프로판 가스버너를 가장 먼저 만든 기업이 이와타니산업이다. 이와타니 나오지는 일본에서 가스혁명과 수소사회를 가장 먼저 추구했던 경영자였다.

이와타니 나오지 회장은 그의 장수 비결로 ‘볼링’을 꼽았다. 102세까지 산 그가 평소 매일 실천한 장수 비법 10가지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①매일 아침 5시 기상 ②30~40분 요가와 체조 ③큰소리로 반야심경 외우기 ④ 꼿꼿한 척추자세 유지⑤ 음식 잘 씹기⑥ 과식 안하기 ⑦ 우유에 참깨 가루 타서 마시기 ⑧나이 먹지 않는다는 긍정적 마인드 ⑨어떤 일에든 호기심과 도전 정신 갖기 ⑩위 9가지를 꾸준하게 실천하기.

“부엌혁명으로 여성을 해방시키고 싶다”

자, 일본 가스혁명의 선구자 이와타니 나오지 회장의 이력으로 들어가보자. 시마네현에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베의 운송회사 사환으로 출발한 그는 1930년 가스제조 판매회사 ‘이와타니 나오지 상점’(岩谷直治商店:현 이와타니산업의 전신)을 창업했다.

창업지는 오사카였고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창업자가 된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죽을 때까지 이를 실천했다. 1년에 하루도 쉬지 않고 연중무휴로 일했다고 한다.

현재의 이와타니산업으로 개편된 건 1945년, 그 8년 뒤인 1953년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가정용 프로판 가스를 시판했다. 본격적으로 프로판 가스(LP 가스)를 취급하면서 그는 “부엌혁명으로 여성을 해방시키고 싶다”(台所革命で、女性を解放したい)고 선언했다.

당시는 장작이나 숯불, 연탄 등이 가정용 연료의 주류였기 때문에 이와타니산업의 프로판 가스 등장은 ‘부엌 혁명’으로 환영받았다. 1964년 도쿄올림픽 성화대에선 이 회사의 LPG가 사용됐다.

1969년 일본 최초 휴대용 가스버너 생산

이후 1969년에는 더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했다. 호스가 없는 탁상형 가스버너를 일본 최초로 상용화한 것. 당시 주부들이 냄비 요리를 할 경우, 부엌에서 재료를 끓여서 완성한 후 식탁에 들고 와야 했다. 하지만 가스버너의 등장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식탁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가열해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스버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와타니 나오지 회장은 용기에 담긴 살충제에서 힌트를 얻어 가스용기를 소형화하는데 성공했다. 더 획기적이었던 것은 사용했던 용기를 회수해 충전한 후 다시 판매했다는 사실. 상식과 발상을 완전히 뒤엎은 생각이었다.

1978년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으로 대박

하지만 휴대용 가스버너는 처음에는 그다지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판로가 한정되어 있어서 마을의 철물점, 가스 판매점 등에서만 취급됐다. 일반 소비자들을 인식시키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한 가지 사건이 이와타니산업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산케이비즈니스는 당시를 이렇게 보도했다. (2017년 5월 17일자)

<1978년에 발생한 미야기현 앞바다의 지진으로 방재지에서 비축연료로 (가스버너)의 필요성이 발휘되기에 이르렀고, 재해시에 없어서는 안될 물건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일본어 원문:

1978年に発生した宮城県沖地震の際、被災地で備蓄燃料としてその必要性が発揮されたことによって、災害時に不可欠なアイテムとしての認知も高まった。

아울러 생활수준이 높아져 레저 붐이 일면서 이와타니산업의 제품은 대박을 맞았다. 이후 이와타니산업은 10센티이던 버너의 두께를 3센티 가량 줄인 ‘슬림형 가스버너’를 개발했다. 다코야키와 화로구이 전용 가스버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 최고 자리를 이뤄냈다. 당시 이와타니 나오지 회장은 마쓰시타전기를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더불어 간사이를 대표하는 창업 경영자로 주목을 받았다.

“21세기는 수소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와타니산업은 프로판 외에 질소 가스, 수소 가스 등도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이와타니 나오지 회장은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었다. 그는 “프로판 가스가 부엌을 바꾼 것처럼, 21세기는 수소가 세상을 바꿀 것”(プロパンガスが台所を変えたように、21世紀は水素が世の中を変える)이라고 했다.

이와타니산업은 2016년을 기점으로 일본 4대 도시에 20개소의 수소 충전소를 완성했다. 일본의 ‘수소혁명’과 ‘수소사회’를 이끄는 주력 기업으로 성장한 것. 산소 용접에 필요했던 작은 가스 한 줌이 이와타니산업을 시장점유율 톱이라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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