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에 방탄조끼…난민 분쟁지역의 ‘작은 거인’
헬멧에 방탄조끼…난민 분쟁지역의 ‘작은 거인’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10.29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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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최초의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을 지낸 오가타 사다코(오른쪽)씨가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UNHCR/S.Foa
일본인 최초의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을 지낸 오가타 사다코(오른쪽)씨가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UNHCR/S.Foa

△일본의 유엔 지도자 △유엔의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인 여성 △일본인 여성 최초의 유엔 공사 △일본인 최초의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 이런 이력을 지닌 오가타 사다코(緒方貞子: 1927~2019)씨가 10월 29일 사망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92세다.

일본인 최초의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

대학 졸업 후 2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오가타 사다코가 일본 여성 최초로 유엔의 일본 대표부 공사로 발탁된 건 1976년이다.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간 그는 1991년엔 8대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으로 변신했다. 유엔의 난민 문제를 책임지는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UNHCR: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일본인으로는 최초였다.

‘작은 거인’, ‘행동하는 유엔 난민 판무관’

그는 19991년부터 2000년 말까지 10년간 재임하면서 쿠르드, 보스니아, 르완다 등 분쟁지역의 난민 구제 활동에 공헌했다. 위험을 무릅 쓰고 헬멧과 방탄 조끼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는 그를 두고 난민들과 유엔 직원들은 ‘작은 거인’, ‘행동하는 유엔 난민 판무관’이라고 불렀다. 현재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필리포 그란디는 오가타 사다코의 특별 보좌관으로 일했던 이다.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실 홈페이지에는 오가타 사다코의 활동과 이력을 소개하고 있는데, 2000년 10월 14일에는 한국의 성균관대학에서 ‘시대 변화의 인도주의 행동’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2000년 당시 ‘서울평화상’ 수상자가 오가타 사다코였다.

“UNHCR은 대륙의 소방대처럼 일했다”

그는 그의 저서(The Turbulent Decade)에서 “UNHCR은 전 세계 모든 대륙의 소방대처럼 일했다(UNHCR worked like fire brigades through all the continents of the world)고 썼다. 유엔 직원들이 분쟁 지역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오가타 사다코는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증조부(犬養 毅)는 일본 총리, 할아버지(芳澤謙吉)는 외상, 아버지(中村豊一)는 핀란드 공사를 지냈다. 그는 2003년부터는 한국의 코이카(KOICA)에 해당하는 국제협력기구 (JICA) 이사장을 8년 넘게 맡았다.

오가타 사다코는 생전 “(난민에 대한) 배려는 인간의 가장 인간다움”(思いやり、人間の最も人間らしいところ)이라며 전 세계가 난민의 삶에 주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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