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 아빠가 플라스틱 빨대를 만든 사연
발명가 아빠가 플라스틱 빨대를 만든 사연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3.05.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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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안쓰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만 하루에 5억 개의 빨대가 사용되고, 버려진다고 한다. 그렇게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 플라스틱(크기 5밀리미터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쓰레기)은 물고기와 조개의 체내에 축적되는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자는 운동의 핵심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로 대체하자는 것. 하지만 종이 빨대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보다 제조 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 중간에 음료에 풀어져 맛을 떨어트릴 수도 있다. 그러니 적당한 시간에 음료를 다 비워야 한다.

고대 수메르인의 '맥주 빨대'

빨대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흥밋거리다. 빨대를 처음 이용한 것은 기원전 3000년 고대 수메르인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상 가장 먼저 맥주를 만들어 먹은 사람들이 수메르인들이다. 수메르인들은 길쭉한 대롱을 맥주가 담긴 큰 항아리에 넣어 표면에 뜬 발효 부산물 아래의 액체(맥주)를 빨아 마셨다고 한다.

음용 형태의 빨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888년 경이다. 마빈 스톤(Marvin Stone:1842~1899)이라는 미국인이 고안해 냈다. 스미소니언 협회의 레멀슨 발명 및 혁신 연구 센터(Lemelson Center for the Study of Invention and Innovation)에 의하면, 마빈 스톤은 어느 여름 날, 선술집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빨대로 사용하던 호밀(밀짚) 줄기가 엉성했다. 특히 밀짚 냄새 때문에 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담배 두루마리 제조 회사에 다니던 그는 곧 가늘고 긴 종이를 연필에 감아 풀로 붙여서 종이 빨대를 만들어냈다. 특허를 내고 공장을 세워 큰 돈을 벌었다.

어린 딸이 밀크쉐이크 먹는 모습에 힌트

이 빨대를 더 발전시킨 것은 발명가 조셉 프리드먼(Joseph Friedman:1900-1982)이다. 구부러지는 빨대를 고안해 낸 게 그다. 그의 발명엔 딸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레멀슨 센터는 “조셉 프리드먼은 자신의 딸이 긴 빨대로 밀크 쉐이크를 먹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After watching her(daugher) struggle to drink a milkshake out of a too-tall straw, he had an idea.)고 했다. 스토리는 이렇다.

1937년 9월 어느 날, 조셉 프리드먼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소다수 가게에 어린 딸 주디스(Judith Rosen)와 함께 앉아 있었다. 딸은 밀크 쉐이크를 쉽게 먹을 수 없었다. 빨대가 너무 길어 먹는데 불편했던 것. 자세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애타는 모습을 지켜 본 아버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순간 그의 생각에 홈이 파져있는 나사가 떠올랐다. 레멀슨 센터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독창적인 본능을 가진 발명가 프리드먼은 빨대를 가져 와 그 속으로 나사를 끼웠다. 그런 다음 종이 빨대에 실을 감아 주름을 만들었다. 나사를 제거하자 빨대에 여러 개의 작은 주름이 생겼다. 편리하게 구부러져서 아이가 음료수를 더 잘 마실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1937년 9월 28일 ‘드링킹 튜브(Drinking Tube)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

특허 신청을 낸 프리드먼은 ‘플렉스 빨대 컴퍼니’(Flex-Straw Company: 이후 Flexible Straw Corporation)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병원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었다. 병상에 누워서 액체를 마실 수 있게 되면서 프리드먼의 발명품은 병원에서 크게 호평 받았다. 그의 회사는 1969년 매달 5억 개의 빨대를 판매하는 ‘메릴랜드 컵 코퍼레이션’(Maryland Cup Corporation)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대박을 맞았다.

레멀슨 센터는 “프리드먼이 딸 주디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백만 달러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Solving the ‘Judith problem’ had created a multi-million dollar business)고 했다. 이후 1868년 존 웨슬리 하얏트(John Wesley Hyatt)라는 미국인이 최초의 합성수지인 셀룰로이드(celluloid)를 개발하면서 플라스틱은 진일보하게 됐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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