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시장'...괴상한 이름이 가져다 준 성공
'도둑시장'...괴상한 이름이 가져다 준 성공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1.04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키호테는 일본의 유명 할인점이다. 할인점이라고는 하지만 생활용품에서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한국의 신세계그룹이 코엑스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 매장을 오픈하면서 돈키호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돈키호테는 이름만큼이나 엉뚱한 전략을 펼쳐서 성공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지주회사 돈키호테홀딩스가 돈키호테를 거느리고 있다. 돈키호테라고 하면, 야스다 다카오(安全隆夫‧70) 사장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야스다 사장의 ‘도둑시장’

야스다 사장이 18평 남짓한 ‘도둑시장’(도로보이치바)이라는 작은 할인점을 오픈한 건 1978년이다. 도둑시장은 이후 1989년 ‘돈키호테’라는 새 간판을 달고 승승장구 했다.

2015년 6월 결산기준, 돈키호테의 연매출은 7조58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돈키호테 1호점 오픈 이후 26년 연속 매출 증가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달성했다.

야스다 사장이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다. 게이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대학 시절 마작을 즐기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5년 만에 가까스로 졸업한 그의 앞에는 온통 시련뿐이었다고 한다. 졸업 후 조그마 한 부동산 회사에 취직했지만 제 1차 석유파동(1973년)이 불어닥치면서 10개월 만에 회사는 도산하고, 백수가 되고 말았다.

또다시 마작으로 호구지책을 하던 그는 무작정 할인점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전문적인 기술도, 지식도 없던 그였다. 도둑시장이라는 할인점은 그렇게 탄생했다.

도둑시장이라는 괴상한 이름에 대해 야스다 사장은 “사람들 눈에 띄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형업체로부터 흠집난 물건, 반품된 물건, ‘사정이 있는’ 물건 등을 가져와 쌓아 놓고 팔았다.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가게를 순식간에 가득 메웠다.

돈키호테의 특징...정글–미로-압축 진열

돈키호테의 간판에는 ‘격안(激安)의 전당(殿堂)’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격안(게키야스)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라는 뜻이다. 돈키호테를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정글’과 ‘미로’다.

매장을 방문하면 어지러울 정도다. 농담을 좀 붙이자면, 길을 잃기도 한다. 돈키호테 매장은 일부러 상품을 어지럽게 흩어놓고, 빈 공간 없이 상품을 꽉꽉 채운다. 이를 ‘압축 진열’이라고 한다. 직원들조차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다.

야스다 사장이 펴낸 ‘돈키호테 CEO’(오씨이오, 2017)라는 책을 통해 돈키호테의 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구매한 물건들은 상자 채로 트럭에 싣고 줄줄이 운반했다. 별도의 창고를 빌리거나 종업원을 고용할 여유는 당연히 있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18평 좁은 가게 안에 모든 물건을 밀어 넣어야 했다. 어떤 때는 30평 분량의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하고서 놓을 곳이 없어 난처했던 적도 있다. 선반이라는 선반마다 상품들을 다 채워 넣고도 모자라, 맨 위쪽 선반에는 상자를 천장까지 쌓아 올렸다. 통로 또한 상품과 상자들로 가득 차 가게는 마치 정글 속의 미로 같았다. 문제는 상자를 마냥 쌓아 놓기만 해서는 무슨 물건을 파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자에 작은 구멍을 낸 후 손으로 직접 쓴 POP(Point Of Purchase: 판매 현장에서 직접 이뤄지는 광고) 광고 글을 일일이 붙였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돈키호테의 명물’이라 불리는 ‘압축 진열’과 ‘POP 홍수’의 시작이었다.(‘돈키호테 CEO’ 31쪽 인용)

야스다 사장의 역발상

무식한 걸까, 무모한 걸까, 역발상도 그런 역발상이 없었다. 야스다 사장은 “소매점 관리의 상식은 ‘상품을 찾기 쉽고, 잡기 쉽고, 사기 쉽게 만드는 것’인데 나는 그와는 정반대로 ‘상품을 찾기 어렵고, 집기 어렵고, 사기 어렵게’ 만들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간판 상품을 교과서대로 완벽하게 정리정돈해 놓은 매장에는 ‘쇼핑의 즐거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품 진열방식과 염가 판매 노하우는 1989년 3월 도쿄 수도권에 1호점을 연 돈키호테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눈여겨 볼 것은 이제 일본의 유통업계가 거꾸로 돈키호테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식을 뒤엎은 야스다 사장의 생각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에디터 이재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