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구자들⑫/ 만보계(만보기) 개발자
일본의 선구자들⑫/ 만보계(만보기) 개발자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1.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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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의 필수품 ‘만보계’(또는 만보기). 차고 다니며 걸음 수를 측정하는 기계다.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보수계(歩数計)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보계는 한 일본 회사의 상표 등록명이다. 일본의 선구자들 12편은 ‘만보계’를 만든 두 사람 이야기다.

1965년 세계 최초 만보계 출시

보행을 계산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낸 건 15세기에 활약한 천재 발명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알려져 있다. 에도 후기에는 ‘일본의 김정호’라고 불리는 측량가 이노 타다다카(伊能忠敬:1745~1818)가 일본지도를 만들 때 보수계 같은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걸음 측정기가 처음 등장한 건 1965년. 야마사도케이(山佐時計)라는 회사가 세계 최초로 보수계(歩数計)를 개발했는데, 당시 상표로 등록한 이름이 ‘만보계’(万歩計)였다. 그러니 다른 경쟁사들은 만보계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보수계라는 명칭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만보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1965년 처음 출시된 걸음 측정기 출시 광고. 제품명은 '만보 미터'였다. 당시 가격은 고가인 2200엔.
1965년 처음 출시된 걸음 측정기 출시 광고. 제품명은 '만보 미터'였다. 당시 가격은 고가인 2200엔.

만보 건강법 의사의 방문이 계기

‘야마사도케이(山佐時計)계기 주식회사’(이하 야마사)를 창업한 이는 가토 니로우(加藤二郎)라는 사람이다. 그가 1942년 설립한 야마사는 원래 항공기 미터기를 제조하던 회사였다. 전쟁이 끝나고 항공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토는 사업을 변경, 산업기기용 시계 무브먼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전환기가 찾아온 건 1963년. 걷기 건강법을 추진하고 있던 도쿄클리닉의 오오야(大矢巌) 원장이 회사를 방문하면서다. 당시 일본은 자가용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오오야 원장은 자동차 보급과 음식 서구화가 일본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위기감을 느끼며 ‘하루 만보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는 운동 보급에는 ‘보행을 측정하는 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야마사에 제작을 요청했다.

하루에 1만보 걷자...‘만보 미터’ 출시

야마사는 2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1965년 세계 최초로 걸음 측정기를 생산했다. 하지만 보행을 측정하는 문화가 없는 시대. 제품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결국 오오야 원장의 주도로 추진되던 “운동 부족 해소를 위해 1일 1만보를 걸읍시다”라는 생각이 반영됐다. 출시된 측정기에는 ‘만보 미터’라는 이름이 붙었고, 상표 등록은 ‘만보계’라는 이름으로 했다.

이후 후발 대기업들이 속속 이 사업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야마사는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활로를 개척해 나갔다. 1987년부터는 해외 전용 브랜드 야맥스(YAMAX)를 선보이면서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판매 점유율을 높였다. 야마사가 지금까지 내놓은 만보계는 약 350 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내년이면 만보계가 세상에 나온 지 55년이 된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걷고 또 걷자.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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