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맨’ 최상용 작가의 쇠를 두드리는 행복
‘메탈맨’ 최상용 작가의 쇠를 두드리는 행복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1.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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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어우러진 최상용 작가의 철공예 작품들.
한옥과 어우러진 최상용 작가의 철공예 작품들.

‘불’과 싸우는 건 비단 소방관뿐만 아니다. 쇠를 부리고 벼리는 대장장이(Blacksmith)도 방식만 다를 뿐, 불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간단한 생활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이가 아닌 쇠에 예술을 입히는 ‘아티스트 대장장이’에겐 불은 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대중에게 메탈맨(Metalman)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철공예 작가 최상용의 작품에선 그런 ‘불맛’이 난다.

'메탈맨'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럽에도 정평이 나있는 최상용 작가.
'메탈맨'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럽에도 정평이 나있는 최상용 작가.

연천 한옥호텔 ‘조선왕가’에서 작품전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한옥호텔 ‘조선왕가’(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현문로 339-10).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이곳 뮤지엄에는 ‘21세기 철기문화의 새로운 모색’(경기도 문화재단 지원)을 주제로 철공예 초대전이 11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의 주인공은 최상용 작가. ‘오후 대장간의 꿈’ 등 예술가구 12점이 자연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상용 작가의 ‘아트 퍼니처’ 작품들은 하나같이 망치로 쇠를 두드려 만들었지만 차갑다기보다는 오히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한옥의 대청마루, 툇마루, 회랑 등의 전통과 현대적인 작품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한다.

한국의 ‘대장장이 예술기법’ 개척

최상용은 국내 유일의 ‘대장장이 예술기법’ 작가다. 유럽의 300여 대장장이 마이스터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일본, 유럽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최상용을 정의할 때, 그의 ‘스승격’인 폴란드의 대가 리스자르트 마주르(Ryszard Mazur)와의 특별한 인연을 빼 놓을 수 없다. 최상용은 그의 아틀리에에 거주하면서 국내에는 불모지였던 대장장이 예술기법을 전수 받았다.

작품 '오후 대장간의 꿈'

“쇳덩이에 떨어지는 땀방울 타는 소리 행복”

이런 최상용에 대한 해외 작가들의 평가들은 어떨까. 스웨덴 작가 폴 아끼온은 “차가운 금속으로 차갑지 않게, 사람의 36.5℃ 체온을 닮은 금속을 개발하는 연금술사처럼 보이는 아티스트”라고 했다. 독일 작가 하인리히 하제는 “만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다. 대장장이 작가 최상용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 이런 작품만이 아니다. 그의 ‘행복론’은 이렇다

“얼굴에 흥건히 젖어 떨어지는 땀방울들이 달궈진 쇳덩이 위에서 지지직거리며 타버리는 소리를 들을 때에 가장 행복하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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