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전 소식이 일본에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15일 오후, 3년 만에 다시 만난 ‘나비 작가’ 김홍년(60)은 기자에게 이렇게 운을 뗐다. 김 작가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콩세유(관장 이군우)에서 17번째 개인전 <화접(花蝶)-‘다름과 같음’의 즐거움>전(展)을 열고 있다.
3년 전 한강변 세빛섬에서 거대한 나비 전시
김홍년 작가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인 2016년 2월 21일, 서울 반포지구 한강변 세빛섬에서다. 당시 12년 만의 16번 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가로 24m, 세로 21m의 거대한 황금빛 그물망 설치 작품을 포함한 ‘날다 날다 날다’전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현장에서 작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참 어렵습니다. 나라도, 기업도 가정도 다 힘든 요즘입니다. 1996년부터 나비를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해왔습니다. 힘들지만 다들 나비 날개처럼 희망을 가지고, 좋은 기운을 좀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작가. 그는 이번엔 ‘행복하자’는 사회적 의미를 담아 한층 더 완숙해진 느낌을 화폭에서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나비에 빠져든 건 왜일까. 그는 “어릴 적 나비를 잡으면 손 끝에 묻어나고 만져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선 그런 나비 그림에 ‘나이듦’과 ‘디테일’을 입혔다.
“3년 전인 50대 중반 때는 내가 힘들더라도 나 자신만을 위한 작품을 했다면, 60대로 들어선 이제부터는 나와 사회가 공감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철저하게 디테일한 작업을 통해 함께 나누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야죠.”
작품에 변화를 준 데는 계기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봄 이탈리아 나폴리 여행을 갔다가 성당 조각물에서 작가의 숨결을 느끼며 깨달은 바가 컸습니다. 세계적으로 추상화가 인기라서 디테일한 회화를 한 단계 아래로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작년에 여행을 통해 반성을 하게 됐죠. 그래서 나비 그림도 한층 원숙하되 극사실적으로 그리기로 했습니다.”
'나이듦’-‘디테일’로 무장…섬세한 나비들 완성
실제로 전시된 나비 그림은 3년 전보다 한층 더 공을 들이고 섬세해 보였다. 대작이다 보니 하나 완성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작가는 “이 시기를 놓치면 불가능할 것 같았다”며 “20년 동안의 작품이 이제 구체화 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부산대(미술교육학)와 홍익대 대학원(서양화)를 나온 김홍년 작가는 △1회 청년미술대상 대상(1983년) △22회 후안미로 국제드로잉전(스페인) 우수상(1983년), △‘84 LA 국제미술공모전’(미국) 우수상,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상전(국전, 비구상, 2019년) 최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졌다. 올해 5월에는 국회에서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특별대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나비 작품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작가는 ‘디테일’함을 위해 나비 날개에 자개와 진짜 진주도 붙여 놓았다. 작가는 “한 번은 인조 진주를 사용해 봤는데 누가 산다고 하길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했다”며 “그 뒤로는 진짜 진주를 쓰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그런 걸 붙인 이유에 대해 ‘기억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11월 19일까지 예정됐던 전시는 26일까지 연장해서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 문의 (02) 2223-2510 <에디터 이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