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회사의 기발한 ‘키위 브라더스’ 전략
마케팅 회사의 기발한 ‘키위 브라더스’ 전략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11.26 0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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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키위 브라더스' TV CM이 인기다.
일본에서 '키위 브라더스' TV CM이 인기다.

일본에서 한 텔레비전 CM이 상당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 CM 덕분에 해당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이 CM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과일 키위다. 정확히 말하면, 뉴질랜드 과일 브랜드 제스프리(Zespri) 키위다.

아게리샤스~…재밌는 리듬 귀에 중독

CM에서는 키위 브라더스가 등장해 재미있는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노래는 ‘키위 쿳떼 아게리샤스~’(キウイ食って、アゲリシャス~)로 시작한다. 이 멜로디를 한번 들으면 귀를 떠나지 않고 중독되고 만다. 키위는 맛이 신 과일이다. 하지만, CM은 그렇지 않다는 걸 강조한다.

‘키위 쿳떼 아게리샤스’는 그런 키위를 먹어도 맛있다는 표현이다. 아게리샤스(アゲリシャス)는 아게아게딜리셔스(アゲアゲデリシャス)의 약자로, 딜리서스한 키위를 먹어서 즐거운 기분(デリシャスなキウイを食べたアゲアゲな気分)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O-Zone의 Dragostea Din Tei가 원곡

그런데 귀밝은 사람은 이 CM을 들으면 ‘아~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라고 직감한다. 맞다. 바로 오-존(O-Zone)이라는 몰도바 출신의 남성 3인조 그룹이 2004년 발표한 Dragostea Din Tei가 그 원곡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래는 2005년 일본에서는 ‘사랑의 마이아히’(恋のマイアヒ)로 대히트를 했다. 이 ‘사랑의 마이아히’의 가사를 바꿔 키위 브라더스가 CM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한해 일본 키위 판매량 4000억 넘어

이 키위 브라더스 덕에 제스프리 키위의 실제 판매량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 경제매체 도요게이자이는 “제스프리가 2018년 일본 국내에서 판매한 키위 판매 금액은 384 억엔(약 4149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인의 과일 소비량이 감소 추세에 있는 가운데, 키위 시장은 계속 급등하고 있다”며 “게다가 제스프리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위 브라더스를 전면에 내세워 텔레비전 CM이나 SNS, 과일 매장에서 노출을 늘리고 인지도를 끌어 올리고 있는 전략이다. 이런 마케팅을 펴고 있는 곳은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재팬’이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협동조합 형태의 마케팅 회사

뉴질랜드에는 제스프리 인터내셔널(Zespri International Limited)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각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판매 전략을 펴고 있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세계 최대의 키위 마케팅 회사로, 1997년 설립되었다. 주주가 뉴질랜드 키위 농가로 구성 되어 있는데, 그 수가 약 2500 농가에 달한다. 그러니 제스프리는 ‘키위 생산자 협동조합’이라는 측면이 강한다.

일본에서는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재팬사가 독점적으로 제스프리 브랜드 키위의 수입부터 판매까지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여성 탤런트를 기용했던 CM을 과감히 버리고 2016년부터 키위 브라더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런 마케팅 전략이 지금 ‘먹히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구스베리’로 불리던 뉴질랜드 키위

키위는 원래 중국 구스베리로 불리던 과일이다. 1904년 교사인 이사벨 프레이저(Isabel Fraser)가 중국 여행을 마치고 뉴질랜드 북부 항구도시 왕거누이(Whanganui)에 이 과일을 갖고 온 것이 뉴질랜드 키위의 시작이다. 1년 뒤인 1905년 정원사 알렉산더 앨리슨(Alexander Allison)이 뉴질랜드 토양에 처음으로 검은 씨를 뿌렸다. 그렇지만 당시는 여전히 키위가 중국 구스베리(Chinese gooseberries)로 여겨졌다.

이후 원예사 헤이워드 라이트(Hayward Wright)가 획기적인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타원형 모양의 맛이 좋은, 게다가 유통 기한도 긴 과일 생산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뉴질랜드는 1984년 처음으로 다른 대륙에 키위를 수출하게 됐다. 벨기에와 일본이었다. <에디터=김재현>

(p.s.)

키위 브라더스의 CM과 원곡인 그룹 O-Zone의 노래(Dragostea Din Tei)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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