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구자들⑭/ 야마하 중흥의 아버지
일본의 선구자들⑭/ 야마하 중흥의 아버지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12.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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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겐이치(川上源一:1912~2002). 그는 30년(1950~1977년 4대 사장, 1980~1983년 6대 사장) 동안 악기업체 야마하의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를 세계 최대의 악기 메이커로 도약하는 기반을 만들었고, 오토바이 제조업체 ‘야마하 발동기’도 창업해 사장을 겸했다. 그런 그를 ‘야마하 중흥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가와카미 겐이치는 야마하 창업자 가문 출신이 아니다. 아버지가 야마하(당시는 일본악기제조주식회사) 재건에 도움을 주면서 경영권을 이어받게 됐다. 그의 아버지 가와카미 가이치(川上嘉市:1885~1964)는 도쿄제국대학 공학부를 수석 졸업한 수재였다. 스미토모전선제조(住友電線製造: 현재의 스미토모전공)의 임원으로 일하던 가와카미 가이치에게 일생일대 기회가 찾아온 건 1927년이다.

야마하 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

당시 일본악기제조(주)는 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山葉寅楠:1851~1916)가 사망하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서 야마하 도라쿠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야마하 도라쿠스는 시즈오카현 하마마쓰(浜松)에서 망가진 오르간을 수리하는 데 성공하면서 악기 사업에 진출했다.

1889년 ‘야마하풍금제작소’를 거쳐 1897년 ‘일본악기제조주식회사’를 세웠다. 오르간 제조에 이어 1900년엔 일본 최초로 피아노 제작에 성공했다. 일본악기제조주식회사는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창업 100년을 맞은 1987년에 사명을 현재의 ‘야마하’로 변경됐다.

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가 사망한 이후 회사는 노동쟁의까지 겹쳤다. 이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가 스미토모전선제조의 가와카미 가이치였다. 3대 사장에 오른 가와카미 가이치 덕에 회사는 도산 위기를 넘겼다. 가와카미 가이치는 1950년 서른여덟 살인 장남 가와카미 겐이치(川上源一)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줬다. 겐이치는 좀 색다른 ‘야마하 음악교실’이라는 경영전략을 폈다.

가와카미 겐이치의 ‘야마하 음악교실 전략’

야마하의 전략은 이랬다. 아이가 태어나면 매달 1000엔 씩 저금을 하라고 권했다. 4세부터 야마하 음악교실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10세가 될 무렵에는 쌓인 돈으로 피아노를 구입하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야마하 음악교실을 전국적으로 전개하면서 야마하 팝송경연대회와 세계가요제(1970~1989년)도 개최했다. 야마하 음악교실을 열어 직접 수요를 창출하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큰 성공을 이뤘다. 일본이 지금도 피아노 보급률 1위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가와카미 겐이치가 경영을 맡는 동안 야마하 오토바이와 야마하 골프클럽(골프채) 사업도 전개했다. 그가 일본 기업사에 길이 남는 유명한 말을 남긴 건 1977년이다. 65세이던 그는 “발밑이 밝을 때 굿바이”(足元が明るいうちにグッドバイ)라는 말을 하곤 사장직에서 퇴임했다.

아들에게 사장 물려줬다가 사내에서 논란

사장 자리를 물려준 사람은 야마하 내부에서 성장한 가와시마 히로시(川島博: 혼다 2대 사장 가와시마 키요시의 동생)였다. 그러나 가와카미 겐이치는 1980년 다시 사장으로 복귀했고 1983년엔 마흔두 살의 장남 가와카미 히로시(川上 浩)를 후임 사장으로 지명했다. 가와카미 히로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일본 양궁선수권에서 우승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일본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소니에 입사해 테이프 레코더 상품화 개발에 종사했다. 1971년 일본악기제조(현재 야마하)에 입사해 아버지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습적 인사는 사내에서 비판을 받았고 리조트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7대 사장 가와카미 히로시는 결국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런 가와카미 히로시는 1992년 퇴임 회견에서 “처음부터 42세의 풋내기가 야마하의 사장이라는 대임을 완수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사장은 다른 사람이 해주면 좋겠다”(最初から42歳の若輩でヤマハの社長という大任を果たせるとは思っていなかった。できれば社長はほかの人がやってくれるといいなと思っていた)고 말했다.

현재 매출 4조 7000억...악기 부문 3조 400억

130년 전 오르간 수리에서 출발한 야마하는 ‘악기의 대명사’를 넘어 음향기기, 전자제품, 오토바이, 골프 등 다양한 업군을 거느리고 있다. 야마하 경영지표에 따르면, 2019년 3월기 야마하의 현재 매출은 4374억엔(약 4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악기 매출은 2819억엔(3조 400억원)이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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