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북 한 줄/ 두더지가 되어라
비즈니스북 한 줄/ 두더지가 되어라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2.2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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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신식품 3대 사장 안도 고키의 경영 철학

닛신식품 홀딩스의 안도 고키(安藤宏基·72) 사장은 2009년 아버지와의 갈등을 그린 ‘컵누들을 망하게 하라’(カップヌードルをぶっつぶせ!)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의 아버지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치킨라멘)과 컵라면(컵누들)을 개발한 닛신식품의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1910~2007).

안도 모모후쿠는 1981년 장남 안도 히로도시(安藤宏寿)를 후계 사장(2대 사장)에 지명하고 회장직으로 물러났었다. 하지만 2년 후 사장으로 복귀, 1985년엔 차남인 안도 고키를 3대 사장으로 지명했다. 당시 모모후쿠의 나이 일흔다섯이었다.

‘수성경영~’ 제목으로 2010년 한국 번역 출간

게이오대학 출신으로 미국 유학파인 안도 고키는 사장에 취임하면서 아버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가 개발한 컵누들에 대해 ‘타도 컵누들’이라는 공식 슬로건으로 맞선 것이다. ‘컵누들을 망하게 하라’라는 제목의 책은 그런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출간 이듬해인 2010년 ‘수성경영, 지키려면 공격하라’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재팬올은 이번 ‘비즈니스북 한 줄’로 안도 고키 사장의 이 책을 선택했다.

①저자: 안도 고키(安藤宏基)

②출판사: 서돌

③옮긴이 및 출판년도: 신정길, 2010년

안도 고키 사장은 이 책에서 ‘두더지론’이라는 경영 철학을 펴고 있다. 첫 장에서 그는 아버지와 맞서게 된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컵누들을 깨버리자!” 1985년 6월, 닛신식품 사장에 오른 나는 사원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당시 서른일곱 살이었던 나는 젊고 의욕이 넘쳤다. 창업 후 27년이 지나자 회사 내에 파벌주의와 관료주의가 만연했고 상품 개발 열의도 멈추어 혁신적인 신상품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닛신식품은 안도 모모후쿠가 개발한 톱 브랜드인 컵누들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컵누들은 닛신식품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아버지를 '자라'에, 자신은 '두더지'에 비유

안도 고키는 사장 취임식에서 이처럼 “컵누들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자”며 의욕을 보였다. 아버지 안도 모모후쿠가 화를 낸 건 당연했다. “그런 일을 하라고 너를 사장 자리에 앉힌 게 아니다. 넌 아비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게냐?”라는 말과 함께 하루하루가 다툼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안도 고키 사장은 그런 아버지를 ‘자라’에, 자신은 ‘두더지’에 비유했다.

<아버지의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자라’와 같은 집념에는 당할 수 없지만, 내가 가진 집념은 ‘두더지’와도 같다. 나는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본업을 파고, 파고, 또 판다. 입구는 작을지 모르지만 깊게 판다. 계속 파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광맥에 다다르게 된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수성경영, 지키려면 공격하라' 44쪽)

이런 안도 고키 사장은 ‘초창성취’(草創成就)라는 말을 좋아하고, 일부로 도장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초창’은 어떤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뜻으로 창업자의 역할을 의미한다. 안도 고키 사장은 “‘성취’는 창업자의 성공을 이어받은 다음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라 여겨 항상 명심하고 있다”고 했다. <에디터 이재우>

p.s: 지금 경영을 하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입니까? 창업주 안도 모모후쿠처럼 물고 늘어지는 ‘자라형’입니까, 아니면 안도 고키처럼 파고 또 파는 ‘두더지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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