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자민당 6대 파벌 수장의 대반격
‘포스트 아베’…자민당 6대 파벌 수장의 대반격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2.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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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아베, 이시바와 일대일로 맞붙으면 진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자민당 내의 6번째 파벌인 수월회(水月会)를 이끌고 있는 그는 줄곧 아베 총리의 대항마로 손꼽혔다. 아베 총리 집권기에 자민당 총재 선거에 3번이나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던 이런 이시바의 존재감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12월 4일, 도쿄의 한 일식집.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자민당 파벌 일부 세력의 연례 모임이 열렸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포스트 아베’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시바 시게루와 일대일로 맞붙는다면 질 것”(石破さんと一騎打ちになったら、負けるよ)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시바 시게루, 요미우리 이어 니혼게이자이도 1위

아베 지지 일변도에 큰 변화가 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앞서 11월 15~17일 요미우리 신문의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이시바 시게루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1%의 지지를 얻은 그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상(18%)과 아베 총리(15%)를 제쳤다.

그런 이시바 시게루는 한 달 뒤인 12월 23일 발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유일하게 20%대를 기록,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7%)과 아베 총리(15%)를 다시 따돌렸다. 아베 총리가 ‘벚꽃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정치 아이돌’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환경상 발탁 이후 신선한 이미지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강경 보수우파인 아베 총리보다 다소 유연한 보수에 속하는 이시바 시게루는 돗토리현 지사를 지냈던 아버지에 이은 정치 2세다. 1986년 돗토리현에서 28세로 당선(중의원), 당시 전국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 입성 후 방위청장관, 자민당 정조회장, 간사장을 거쳤다.

고이즈미 신지로, 두 번 연속 이시바 지지

흥미로운 사실은 언론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이시바 친화적인 인사라는 것. 고이즈미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아닌 이시바를 지지했다.

당시 고이즈미는 이시바 지지 표명 후 기자들에게 “인간관계처럼, 자민당도 다른 의견을 짓누르는 게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강점으로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런 생각에서 나는 판단(이시바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이즈미는 6년 전 아베와 이시바의 총재 대결에서도 이시바를 지지했다.

아베 총리가 고이즈미를 환경상으로 발탁하긴 했지만, 차후 세력 판도 대결에서 다시 고이즈미가 이시바를 지지한다면 자민당의 형세는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많다는 게 일본 정치권의 시각이다. 아베 총리의 지나친 장기 집권에 피로감을 느낀 정치권과 자민당 파벌이 향후 어떤 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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