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영감을 준 ‘괴짜 경영자’/ 렌조 로소
2019년 영감을 준 ‘괴짜 경영자’/ 렌조 로소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12.28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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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브랜드 '디젤'을 거느린 이탈리아 OTB그룹의 렌조 로소 회장. 사진 출처=W매거진.

오스트리아의 독일어 잡지 오오옴(OOOm)이 최근 ‘올해 영감을 준 인물’(The World’s Most Inspiring People) 리스트(100)를 발표했다. 오오옴에 따르면 1위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2위는 배우 겸 활동가 제인 폰다(Jane Fonda), 3위는 전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가 올랐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의 직업은 아티스트, 작가, 스포츠선수, 연예인, 정치인, 경영자 등 다양했다.

이 리스트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CEO만 추려봤다. 의외로 3명에 불과했다. △9위에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16위에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회장 △60위에 이탈리아 패션그룹 OTB 렌조 로소(Renzo Rosso) 회장이 그들이다.

공교롭게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억만장자에 ‘괴짜 CEO’라는 사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와 리처드 브랜슨,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렌조 로소의 이력을 간단히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1. 일론 머스크
2. 리처드 브랜슨
3. 렌조 로소

 

청바지 브랜드 디젤(Diesel) 거느린 OTB그룹

OTB그룹이라는 패션제국을 건설한 렌조 로소(Renzo Rosso) 회장. 그는 청바지를 재발견한 ‘패션계의 콜럼버스’, ‘데님(denim)의 아버지’로 불린다. 디젤(Diesel), 마르니(Marni),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로소는 늘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스니커즈를 신고 다닌다. 특히 디젤은 도발적인 광고로 유명하다.

그룹의 이름인 OTB는 Only The Brave의 약자로, 핵심 브랜드인 디젤의 철학이자 로소 회장  개인의 모토이기도 하다. 로소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려면 용감해야 한다”며 “성공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You have to take risks to succeed, right?)라고 반문한다.

렌조 로소 재산, 포브스 추산 4조 7600억원

렌조 로소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부자다. 2012년부터 경제잡지 포브스의 빌리어네어 리스트(billionaires list)에 등장하기 시작한 그의 자산은 41억 달러(4조 7600억원)에 달한다. 청바지로 억만장자가 된 로소와 데님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다음은 패션잡지 보그의 영문판 기사(11월 4일) 내용이다.

<데님에는 반항의 정신이 담겨 있다. 물론, 데님은 프랑스의 작은 동네 님(Nimes)에서 작업복으로 출발한 보잘 것 없는 원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20세기 대중문화의 본거지라는 점 때문에 제임스 딘, 말론 브란도 ,밥 딜런과 같은 다소 껄렁한 걸음의 청년들과 동의어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10대 소년 렌조 로소가 이런 데님에 일찍 마음이 끌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원문:

Imbued in the fiber of denim is a spirit of rebelliousness. Sure, the humble fabric started as workwear in Nimes, France, but thanks to its stronghold on 20th-century popular culture, it became synonymous with the bad-boy swagger of James Dean, Marlon Brando, and Bob Dylan. No wonder Renzo Rosso was quickly drawn to the material as a teenager in Italy.

1978년 디젤(Diesel) 설립…청바지 제국 건설

1955년 이탈리아 북부의 브루지네(Brugine)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렌조 로소는 인근 미군 부대에서 버린 물품들을 팔아서 용돈을 벌었다. 그는 “당시 내겐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다”(That, for me, was the American Dream)고 했다. 그런 그의 꿈은 사업으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1978년 로소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자신이 일하던 회사 ‘몰텍스(Moltex)’의 지분을 매입, 회사명을 디젤(Diesel)로 바꿨다. 디젤의 출발엔 공동창업자가 있었다. 1970년대 ‘데님계의 전설’로 통했던 아드리아노 골드슈미드(Adriano Goldschmied: 이니셜 AG진으로 유명)였다. 창업 7년 뒤인 1985년, 로소는 골드슈미드 브랜드를 인수해 디젤의 1인자에 올라섰다.

디젤이라고 회사 이름 지은 이유

하필 왜 회사 이름이 디젤이었을까.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발음되는 이름을 원했다(I wanted a name pronounced in the same way all over the world)고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나는 국제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 많은 사람들은 디젤이 이탈리아 회사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재미있지 않느냐. 1978년 회사 디젤을 설립했을 때는 석유 위기가 한창이었고, 디젤이 가솔린의 대체 연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것처럼) 기존의 제품을 대신하는 새로운 라인업을 창조하고 싶어서 디젤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원문:

"My dream was an international brand, from the very beginning. And now, many people don't even know that the company is Italian. It's funny, isn't it? It is also true that when Diesel was created in 1978, we were deep in the middle of the oil crisis and diesel was an alternative fuel to gasoline. So, I chose the name Diesel because I wanted to create a line of products that was an alternative to the existing ones."

디젤 브랜드가 급성장하던 1980~90년대는 데님(denim)이 패션계에선 가장 낮은 수준으로 취급됐다. 로소는 그런 청바지의 이미지를 최고급 빈티지 스타일로 부활시켜 나갔다. 브랜드들을 통합해 OTB그룹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든 건 2002년이다. 로소는 △2002년 프랑스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2008년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둔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 △2012년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Marni)를 차례로 품에 안았다.

‘바보가 되어라’…미술수집가에 와인 메이커

그런 로소는 ‘바보 경영’을 성공 철학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2011년 <‘바보가 되어라’(Be Stupid : For Successful Living)>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그는 “우리는 따라가기에 급급하지만 바보는 한 발 먼저 간다”는 등 바보와 관련된 다양한 어록을 남겼다. 로소는 실수하지 않는다면 결코 성장하지 못한다”(If you never make mistakes, you never grow)고도 강조했다.

사업 이외에 로소는 열렬한 미술 수집가다. 엔디 워홀, 쟝 미셸 바스키아 등 유명 예술가의 작품들을 구입해 종종 박물관에 대여한다. 기부에도 결코 인색하지 않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로소는 2012년 베니스 대운하 4대 다리 보수공사에 600만 달러(69억)를 지원했고, 비영리 OTB 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에 1200만 유로(154억 9000만원)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와인 메이커이기도 한 로소는 ‘디젤팜’(Diesel Farm)이라는 이름의 와이너리를 직접 운영하면서 고품격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정말 괴짜답다.

2019년, 여러분에게 영감을 준 인물은 누구였습니까?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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