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혁명을 낳은 발명품 ‘재봉틀’
패션 혁명을 낳은 발명품 ‘재봉틀’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1.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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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미국 최초의 성공한 패션 잡지인 ‘레이디즈 북’(Lady’s Book)의 창립자 루이 앙투완 고디(Louis Antoine Godey:1804~1878). 그는 농사를 짓는 기구 쟁기와 의류 혁명을 갖고 온 재봉틀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쟁기에 버금가는 발명품 재봉틀은 아마 인간에게 가장 축복된 기구일 것이다”(Next to the plough, [the sewing machine] is perhaps humanity’s most blessed instrument)

미국산 재봉틀 '싱거'

라이트 형제와 미국 재봉틀 싱거(Singer)

그런 재봉틀의 역사는 1851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는다. 그해는 미국 사람 아이작 메릿 싱거(Isaac Merritt Singer)가 세계 최초로 실용적인 재봉틀의 특허를 받은 해다. 1851년 이후 싱거(Singer)라는 이름은 재봉틀(sewing machine)과 동의어였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은 ‘패션 혁명을 낳은 발명품’(The Invention That Spawned a Fashion Revolution)이라는 기사에서 “아이작 메릿 싱거는 최초로 재봉틀을 발명하지는 않았지만, 1851년 8월 12일 가장 실용적이며 가장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봉틀을 특허 받았다”(Singer didn’t invent the first sewing machine, but the one he patented on this day, Aug. 12, in 1851, was the most practical — and the most commercially viable)고 했다.

싱거 재봉틀과 관련해 흥미로운 스토리가 하나 있다. 타임은 “라이트형제가 싱거 재봉틀로 첫 번째 비행기의 날개를 만들어 씌웠다”(The Wright brothers, who made the covering for their first airplane wing on a Singer sewing machine)고 했다.

독일산 재봉틀 '파프'

독일 재봉틀의 대명사 ‘파프’(PFAFF)

미국에 싱거가 있다면, 기술 대국 독일엔 파프(PFAFF)가 있다. 패션 디자이너, 재단사, 주부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파프는 1862년 독일의 게오르그 마이클 파프(Georg Michael Pfaff:1823~1893)가 설립한 회사다. 악기제조업자였던 파프는 1885년 런던에 재봉틀 가게를 열었고 사망 후엔 아들이 가업을 이어 받았다. 파프는 현재 상하이에 기반을 둔 중국 상공그룹(Shanggong group:SGSB)이 소유하고 있다.(2013년 인수)

장소를 일본으로 옮겨보자. 일본의 3대 재봉틀 브랜드로는 브라더(Brother), 주키(JUKI), 쟈노메(JANOME)가 있다. 일본 재봉틀의 역사를 보면 이렇다.

1854년 페리 제독이 내항 했을 때, 재봉틀을 막부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860년 시골 어부로 표류를 당해 미국에서 공부한 일본인 존 만지로가 미국 본토에서 재봉틀을 갖고 왔다고 한다.

일본 재봉틀/ 형제가 운영했던 ‘브라더’(Brother)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재봉틀을 만든 건 1900년 무렵이다. 1908년 나고야의 야스이 집안(安井兼吉)에서 ‘야스이 미싱상회’(安井ミシン商会)를 설립했다. 창업자가 사망하면서 아들인 야스이 마사요시(安井 正義) 형제가 가업을 이어받아 ‘야스이미싱 형제상회’(安井ミシン兄弟商会)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회사는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로 재탄생했는데, 우리가 익히 들어본 그 이름이다. 정식 이름은 브라더 공업(Brother Industries, Ltd.)으로 재봉틀 외에 프린터, 팩시밀리 분야의 강자다.

일본 재봉틀/ 뱀의 눈을 가진 ‘자노메’(JANOME)

브라더 다음으로 설립된 회사는 자노메 미싱공업(蛇の目ミシン工業株式会社, JANOME SEWING MACHINE CO). 통상 영어로 JANOME라고 표기한다. 자노메(蛇の目)는 뱀의 눈을 뜻한다. 실을 감고 있는 작은 실패(糸巻,보빈:Bobbin)의 모양이 마치 뱀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1921년 설립 당시 이름은 ‘파인재봉기계제작소’(パイン裁縫機械製作所)였다. 설립자 두 사람(亀松茂, 飛松謹一)의 이름에 소나무 송(松, pine)가 들어가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 이후 ‘제국미싱’을 거쳐 현재의 쟈노메로 바뀌었다.

공업용 분야 세계 1위인 일본 재봉틀 '주키'

일본 재봉틀/ 공업용 분야 세계 1위 주키(JUKI)

이런 자노메보다 17년 늦게 세상에 나온 브랜드가 주키(JUKI)다. 공업용 재봉틀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미싱 이외에 로봇 등 각종 산업 장비도 취급하고 있다. 주키는 원래 총을 만들던 업체로 출발했다.

1938년 12월, 태평양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일본 육군이 사용하는 중기관총과 소총을 생산하기 위해 도쿄의 기계업자 900명이 출자해 ‘도쿄중기제조공업조합’(東京重機製造工業組合)을 발족시켰다. 5년 후인 1943년엔 주식회사로 전환, 도쿄중기주식회사(東京重機工業株式会社)로 개칭했다. 전후(戰後)에는 무기 생산은 중단하고 사용하던 공작 기계를 활용해 재봉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1947년 가정용 재봉틀을 내놓았고, 1953년엔 공업용 미싱을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주키는 원래 상품명이었는데, 1988년 4월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JUKI를 사명으로 채택했다. 주키는 예전 사명인 도쿄주키(東京重機)에서 重機만 살린 발음이다. 2005년 JUKI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금은 26개의 연결자회사를 가진 그룹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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