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의 유언’/ 장례 치르지 마라(시라스 지로)
‘경영자들의 유언’/ 장례 치르지 마라(시라스 지로)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1.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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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遺言). 죽기 전이나 죽는 순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다. 그런 유언은 한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고해성사인 동시에 타산지석의 사례가 된다.

갑작스럽게 사망하지 않는 이상 유명 경영자들은 대개 유언을 남긴다. 후계 구도에 잡음이 생기기를 바라지 않거나, 후대에 좋은 귀감이 되고 싶은 심정에서다. 범위를 일본 경영자들로 좁혔다. 그들은 어떤 유언을 남겼을까.

재팬올은 그들이 유언을 통해 일본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일명 ‘일본 경영인 유언 시리즈’다. 첫 회는 시라스 지로가 남긴 유언이다.

 

① 이름: 시라스 지로(白洲次郎)
② 생몰연도(1902~1985년)
③주요 이력: 무역청 장관(1948년 요시다 시게루 내각), 도호쿠 전력 회장 역임

무역청 장관-도호쿠 전력 회장 지낸 시라스 지로

효고현 출신인 시라스 지로는 전후(戰後) 내각에서 수상을 지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측근으로 활약했던 이다. 그는 연합군사령부(GHQ)와의 경제부흥 협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던 인물로 평가된다. 관료 생활을 마감하고 실업가로 변신한 시라스 지로는 도호쿠 전력 회장 등을 지냈다.

‘장례식 하지 말고, 계명도 필요없다’

그런 시라스 지로는 죽기 5년 전 ‘장식무용 계명불용’(葬式無用 戒名不用)이라는 한 줄의 유언을 남겼다. ‘장례식을 하지 말고, 계명도 필요없다’는 것이다. 계명(戒名)은 스님이 고인 사후에 지어주는 불교식 이름이다. 일본 장례 문화에 이런 계명은 관습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하지만 계명을 받는 데는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백만 엔 이상이 들기도 한다. 장례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전후(戰後) 일본이 고도성장을 통해 부자 나라가 되면서 많은 고비용 장례식이 일반화 되었다.

장례는 지인들과 유족이 모여 조촐한 술자리로

시라스 지로는 이런 흐름에 경종을 주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의 바람대로 가족들은 유지(遺志)를 충실하게 따랐다. 장례는 지인들과 유족이 모여 조촐한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끝났다고 한다. 시라스 지로의 아내가 사망했을 때도 장례식과 영결식은 없었다.

고령화와 장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시라스 지로의 ‘장식무용 계명불용’ 유언은 장례식 간소화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시라스 지로는 1985년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 최초로 ‘장례식무용론’(葬式無用論)을 주창한 이는 민권운동가인 나카에 초민(中江兆:1847~~1901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장례식은 불필요하다. 죽으면 화장장에서 불교식으로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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