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부자들의 ‘절묘한 17년 우정’
일본 최고 부자들의 ‘절묘한 17년 우정’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09.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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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의 손정의(61) 회장. 그는 일찍부터 사외 이사제를 운영해 왔다. 사외 이사로 현재 일하고 있거나 과거 일했던 인물로는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회장, 일본 맥도날드 창업자 후지타 덴(藤田田) 전 사장,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柳井 正‧69) 회장 등이 있다. 야나이 회장은 손정의 회장과 일본 부자 1-2위를 다투는 인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맥도날드의 후지타 전 사장이 후임자인 야나이 회장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물려주면서 '햄버거 무료 쿠폰' 3장을 선물로 줬다는 일화가 있다. (스기모토 다카시 저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기업에 대해 2명 이상의 사외 이사를 의무화 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에는 야나이 타다시 회장을 포함, 3명이 사외 이사로 일하고 있다. 특히 야나이 회장과 손정의 회장의 관계는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야나이 회장이 2001년 6월부터 17년째 사외 이사를 맡고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전례가 없다”는 평가다.

증권거래소의 인연도 흥미롭다. 패스트리테일링은 1997년 4월 도쿄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 2년 뒤인 1999년 2월에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지정됐다. 소프트뱅크는 1998년 1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곧바로 상장했다. 두 회사의 증권코드 번호는 패스트리테일링이 9983, 소프트뱅크가 9984이다. 코드 번호로 보면, 증권가의 ‘이웃사촌’인 셈이다.

손정의 회장과 야나이 회장이 17년 동거를 할 수 있었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는 야나이 회장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닛케이비즈니스(2015년 8월 13일 보도)는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의 이사회는 ‘동물원’에 비유될 정도로 논의가 활발하다”며 “특히 야나이씨는 ‘저는 대부분의 안건에 반대입니다’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의 보도도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 식품회사의 한 간부는 슈칸겐다이(주간현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프트뱅크에서는) 사외이사 야나이 사장(회장)이 손정의 사장(회장)의 의견에 서슴없이 반대 의견을 말하면서 이사회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사장이 사외이사를 제압해 오히려 이사회는 정체돼 있습니다.(柳井正社長が社外取締役で、孫正義社長の意見にズバズバと反対意見を言うことで取締役会が活性化しているそうですが、うちは社長が社外取締役に圧し負けて、むしろ役員会は停滞)>

야나이 회장은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의 저자인 스기모토 다카시 니혼게이자이 기자는 야나이 회장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대체로 손 사장(회장)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변덕도 심하고 불안합니다. 늘 이 회사를 사고 싶다 저 회사를 사고 싶다고 말하죠. 그러다 보니 한번 손댄 일을 제대로 끝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사외이사로의 내 역할은 손 사장(회장)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해가며 지금 하는 일을 잘 이끌어 나가도록 다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377쪽)>

야나이 회장의 이런 모습은 올해 6월 20일, 소프트뱅크의 주주총회에서도 잘 드러났다. 야나이 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해 “나는 항상 손 사장(회장)이 하는 일을 조마조마 하게 보고 있다. 오늘은 (그가) 자신감이 넘쳐 나지만, ‘정말 괜찮을까’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걱정“(私はいつも孫さんがやることをハラハラして見ている。きょうは自信たっぷりだが、本当に大丈夫かというのが私の一番の心配だ)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손정의)은 지르고, 한 사람(야나이)은 말리는’ 재미있는 상황이 소프트뱅크 사외 이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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