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의 유언/ ‘정도’를 걸어라(나가세 토미로)
경영자들의 유언/ ‘정도’를 걸어라(나가세 토미로)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1.09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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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遺言). 죽기 전이나 죽는 순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다. 그런 유언은 한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고해성사인 동시에 타산지석의 사례가 된다.
 
갑작스럽게 사망하지 않는 이상 유명 경영자들은 대개 유언을 남긴다. 후계 구도에 잡음이 생기기를 바라지 않거나, 후대에 좋은 귀감이 되고 싶은 심정에서다. 범위를 일본 경영자들로 좁혔다. 그들은 어떤 유언을 남겼을까.
 
재팬올은 그들이 유언을 통해 일본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일명 ‘일본 경영자들의 유언 시리즈’다. 2회는 나가세 토미로가 남긴 유언이다.<편집자주>

 

① 이름: 나가세 토미로(長瀬富郎)
② 생몰연도(1863~1911년)
③ 주요 이력: 일본 생활용품 기업 카오(花王:KAO) 창업자

2017년,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용품(세제, 화장품 등) 대기업 카오(花王)는 창업 130주년을 맞았다. 창업자 나가세 토미로가 미국제 비누와 수입 문구류를 판매하는 ‘나가세 상점’(長瀬商店)을 오픈한 건 1887년.

회사 창립 3년 후인 1890년 ‘카오 비누’ 탄생

당시 얼굴을 씻는 비누의 대부분은 미국제였다. 일본산 비누도 서서히 등장하기는 했지만 품질이 나빴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판매는 부진했다. 이에 나가세 토미로는 수입 비누 못지 않은 국산 우량 비누 제조에 나섰다.

고급 비누 제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화학 지식이다. 그는 화학 지식을 잘 아는 약사의 도움을 받아 창업 3년 후인 1890년 ‘카오비누’(花王石鹸)를 탄생시켰다. 1개씩 왁스 종이에 싸서 ‘세개 들이’로 오동 나무 상자에 넣어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이 국산 비누로 얼굴을 씻어도 괜찮다’는 의미에서 얼굴(顔: 카오)의 일본어 발음과 같은 한자 화왕(花王)을 제품명으로 썼다. ‘반달 얼굴’ 모양의 마크도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1925년부터는 카오‘(花王)’를 회사 이름에 넣기 시작했다.

하늘의 도움은 항상 도리를 바르게 하고 기다려야 한다

카오의 도쿄공장에는 회사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는데, 여기에는 카오의 기업 이념도 새겨 놓았다. 이는 창업자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나가세 토미로는 유언으로 ‘하늘의 도움은 항상 도리를 바르게 하고 기다려야 한다’(天祐は常に道を正して待つべし)는 말을 남겼다.

정도(正道)를 걷는 경영을 해야 사업 운도 뒤따라 온다는 교훈이다. 이 말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치(渋沢栄一:1840~1931)가 쓴 비즈니스 경영서 <논어와 주판>에서 강조한 도덕 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

<도리란 인(仁)과 의(義)와 덕(德)이 모두 일치한 것이다. 도리에 부합하지 않는 욕망은 어느 길로 나아가더라도 도리에 어긋난 이상 언제까지나 서로 뺏고 빼앗기는 불행을 겪게 된다.>

2006년 경쟁 화장품 업체 가네보를 인수한 카오의 현재 시가총액(29위)은 40조원 대가 넘는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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