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의 유언/ 안된다고 하지마(다테이시 카즈마)
경영자들의 유언/ 안된다고 하지마(다테이시 카즈마)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1.20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테이시 카즈마가 일본 사회에 남긴 업적은 비단 제품만은 아니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대기업병’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이가 바로 그다. 그는 또 대표적인 유훈(遺訓)으로 ‘안된다는 말은 하지마라’는 어록을 남겼다.

① 이름: 다테이시 카즈마(立石一真)
② 생몰연도: 1900~1991년
③ 주요 이력: 일본 의료기기&산업 로봇 기업 오므론(OMRON) 창업자

‘대기업병’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

구마모토현 출신의 다테이시 카즈마는 193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다테이시 전기제작소(立石電機製作所)를 설립하면서 경영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 그는 1983년 회사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대기업에 들어간 다테이시 전기는 대기업병에 걸려 있다”(大企業の仲間入りをした立石電機は、大企業病にかかっている)고 지적했다.

이런 ‘대기업병’이라는 기업 진단은 신문, 잡지 등에 소개되면서 순식간에 일본 사회에 퍼져 나갔고, 경영 용어로 사용될 정도에 이르렀다. 다테이시 카즈마는 회사가 중소기업 같은 조직과 간결한 제도를 가진 벤처기업으로 남기를 원했다. 이후 다테이시 전기는 전사적으로 대기업병 일소에 나서는 노력을 기울였다. 다테이시 카즈마가 ‘영원한 벤처정신’(永遠なれベンチャー精神)이라는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음하기 어려워 생전에 회사명 변경

다테이시 카즈마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 사명 변경이다. 마쓰시타전기가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사후에 회사명을 파나소닉으로 바꾼 것과는 대조적으로, 다테이시 카즈마는 자신의 생전에 회사명을 바꾸게 했다. 그가 경영을 하던 당시, 다테이시 전기의 영어 명칭은 ‘다테이시 일렉트릭 컴퍼니’(TATEISI ELECTRONICS CO)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너희 회사는 다테이시(TATEISI)냐”고 묻곤 했는데, 발음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다테이시 카즈마는 영어 회사명을 ‘오므론 다테이시 일렉트릭 컴퍼니’(OMRON TATEISI ELECTRONICS CO)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일단 해보자’는 기업 문화

오므론의 기업 문화에는 ‘일단 해보자’(まず、やってみる)라는 것이 있다. 수많은 자동화 시스템 기기들을 만들어낸 밑바탕에는 이런 정신이 깔려 있다. 이런 다테이시 카즈마를 기리는 비즈니스 평전의 제목에서 과단성 있는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책 이름은 ‘안된다고 말하지 마라’(できませんと云うな)이다. 다테이시 카즈마가 남긴 유훈 중 하나다.

다테이시 카즈마는 1979년 76세에 다테이시 전기 회장에 취임하면서 46년간 맡았던 사장 자리를 장남에게 물려줬다. 1990년 87세의 다테이시 카즈마는 이사 상담역으로 물러났고 장남이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그 이후 다테이시 전기(오므론)에 친족경영은 사라지고 일반 경영자가 회사를 맡았다.

오므론의 매출은 2018년 기준 8585억엔(9조 968억원), 종업원수는 해외까지 포함 3만5000명에 달한다. 이런 그룹을 키운 다테이시 카즈마는 1991년 1월 12일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안된다는 말은 하지마라’고 강조한 다테이시 카즈마의 말에서 현대 창업주 아산 정주영의 ‘임자, 해보기는 해봤어?’라는 말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 <에디터 이재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