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가 뱅크'들이 생겨난 그 배경
일본 '메가 뱅크'들이 생겨난 그 배경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2.0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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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을 시작으로 일본엔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 미쓰이 스미토모(三井住友) 파이낸셜그룹, 미즈호 세 메가 뱅크가 탄생했다.
1999년을 시작으로 일본엔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 미쓰이 스미토모(三井住友) 파이낸셜그룹, 미즈호 세 메가 뱅크가 탄생했다.

일본 은행권은 미츠비시 UFJ(三菱UFJ), 미쓰이 스미토모(三井住友), 미즈호(みずほ) 세 메가 뱅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메가 뱅크 시대가 시작된 건 20년 전인 1999년이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9년 8월 20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기자 회견이 열렸다.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제일권업은행(第一勧業銀行), 후지은행, 일본흥업은행(日本興業銀行)의 행장들이었다.

1999~2005년, 5년 사이에 세 대형은행 탄생

그들은 “1년 후 세 은행이 경영통합을 한다”고 발표했다. 총자산 140조엔(147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금융 기관의 탄생이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미즈호은행과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이다.

이 회견을 계기로 일본의 시중 은행들은 큰 '구조조정 시대'를 맞이했다. 2개월 후인 10월, 스미토모 은행과 사쿠라 은행이 합병을 결정했다. 현재의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SMBC)이다.

다음 해인 2000년 3월에는 산와은행, 동해은행, 아사히은행이 경영 통합을 발표했다. 이후 아사히은행은 이탈, 산와은행, 동해은행이 몸을 섞어 UFJ은행을 결성했다. 그러다 2005년, 미츠비시 도쿄파이낸셜그룹이 UFJ은행을 구제하면서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이 탄생했다. 불과 5년(1999~200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 메가 뱅크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소비제 도입-기준금리 급격하게 인상

20년 전인 1999년 당시 일본 시중 은행들이 합병을 결정한 건 왜일까. 앞서 버블 경제 시절 세계 은행 시가 총액 순위에서 일본의 시중 은행들은 상위 톱10에 아홉 개나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거품이 걷히면서 외국 금융 기관에 추월당해 존재감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당시 일본 시장경제 상황은 이랬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89년 소비세를 도입했고, 1990년엔 급격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경기 과열 억제 정책을 쓴 것이다. 이에 따라 잘 나가던 일본 경제의 거품이 순식간에 꺼지는 이른바 ‘버블 붕괴’를 맞았다.

은행들, 버블 붕괴로 불량채권 처리 ‘골머리’

그 결과 일본 은행들은 불량채권 처리 문제로 체력이 급격하게 약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 은행들은 살 궁리에 나섰다. 통합을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글로벌 수준의 은행을 탄생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 메가 뱅크가 출발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어떨까. “통합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정작 중요한 경영 효율화는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은행권의 분석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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