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와 그의 멘토 사카모토 료마
손정의와 그의 멘토 사카모토 료마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09.0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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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거대 통신기업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회장이 글로벌 투자 시장의 ‘큰 손’인 건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미국 유력 기업 등과 함께 10조엔(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oftbank Vision Fund: SVF)라고 한다. 그런데 손 회장은 어떻게 이런 원대한 구상을 하게 됐을까.

지난 해 5월 31일, 손 회장이 했던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발언의 현장은 사카모토(坂本龍馬:1835~1867) 사망 150주년 기념식장이었다. 손 회장은 에도 막부 말기의 사무라이인 사카모토 료마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다.

료마는 메이지유신의 기반이 된 ‘삿초동맹’(薩長同盟)을 이끈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삿초동맹은 사쓰마 번(薩摩: 지금의 가고시마현)과 조슈 번(長州:지금의 야마구치현)이 맺은 정치 군사적인 동맹으로, 막부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동맹의 중심에 사카모토 료마가 있었다.

손정의 회장은 어릴 적 만성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료마를 책으로 접했다. 시바 료타로가 쓴 역사소설 ‘료마가 간다’였다. 손 회장은 이 소설을 여러 번 읽고 난 후, 료마를 동경하게 됐다고 한다. 성장 후 사업 초기 손 회장은 “나는 인터넷 사회의 사카모토 료마가 될 것”(俺はインターネット社会の坂本龍馬になる)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 시오도메 빌딩 26층에는 손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 여기에 료마의 전신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 회장이 료마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소프트뱅크의 로고 역시 료마와 관련이 있다. ‘회색 두 줄’ 로고는 료마가 조직한 민간해군 가이엔타이(海援隊)의 깃발을 모델로 했다.

다시 료마 사망 150주년 기념식장으로 돌아가 보자. 손 회장은 이날(지난 해 5월 31일) “나는 료마로부터 다양한 자극을 받고 있다”며 “10조엔 펀드는 료마가 삿초(동맹)를 결합시킨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10兆円ファンドも龍馬さんが経済のメリットで薩長を結びつけたところから発想した)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와 미국 유력 기업 등을 끌어들인 펀드 조성을 삿초동맹에 비유한 것이다.

 

손정의 회장 10조엔 펀드로 M&A

료마를 통한 300년 왕국의 야망

손 회장은 10조엔 펀드를 통해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을 M&A 하고 있다. 손 회장의 이런 구상에 대해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서울문화사, 2017)의 저자인 스키모토 다카시(杉本貴司: 니혼게이자이 기자)는 “소프트 뱅크는 기업이 아닌 미래를 사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책의 제목이 왜 300년 왕국일까. 이 또한 료마와 관련이 있다. 스키모토 기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료마가 무너뜨린 에도 막부는 270년 간 존속했다. 손정의는 일본 역사상 가장 오래 존속했던 에도 막부를 넘어 ‘300년 왕국’을 세우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 이에 대해선 손정의 본인의 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기업체란 경영자의 수명보다 더 오래 존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쿠카와 막부(에도 막부)를 뛰어 넘어 존속할 만한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을 창업하는 첫날부터 줄곧 가슴에 품어왔습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87~88쪽 인용)>

300년에 대한 구상은 창업 비전에서도 나타난다. 소프트뱅크는 2010년 창업 30년을 기념하면서 ‘신 30년 비전’(新30年ビジョン)을 발표했다. 손정의 회장은 “(30년이 아닌) 300년 앞을 내다보면, 30년 뒤는 예측하기 쉽다(300年先を見れば、30年先は予測しやすくなる)”고 강조했다. 손정의 회장 다운 발상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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