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유언/ “사위를 내쳐라”(고노스케)
경영자의 유언/ “사위를 내쳐라”(고노스케)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3.1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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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마쓰시타전기)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무슨 유언을 남겼을까?

경영자가 걸어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모범을 보여준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 1989). 그는 죽으면서 좀 특이한 유언을 남겼다. 무엇이었을까.

파나소닉(마쓰시타전기의 전신)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외동딸(幸子) 하나만 뒀다. 사실 그 딸 위로 아들(幸一)이 하나 있긴 했는데, 생후 2개월 만에 병으로 죽었다. 그런 외동딸은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다.

외동딸만 둔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전기를 창업한 고노스케에게 닥친 가장 큰 고민은 경영을 이을 2세가 없다는 점. 그는 회사를 위해 데릴사위 양자를 맞았다. 바로 히라타 마사하루(平田正治:1912~2012)였다. 동경제국대학 법학부 출신인 마사하루는 화족(華族:귀족) 집안 출신이었다. 할아버지 히라타 도우스케(平田東助:1849~1925)는 내무대신을 지낸 백작이었고, 아버지(세습 백작) 히라타 에이지(平田栄二)는 일본 화가이자 교수였다.

데릴사위 양자 마쓰시타 마사하루가 2대 사장

1935년 대학 졸업 후 미쓰이은행에 들어간 히라타 마사하루는 1940년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딸(松下幸子)과 결혼해 마쓰시타전기에 입사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데릴사위 양자가 되면서 히라타 마사하루에서 마쓰시타 마사하루(松下正治)가 된 것이다.

마쓰시타전기를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고노스케는 사장 자리를 사위 마사하루에게 물려줬다. 마사하루는 장인의 뒤를 이어 1961~1977년까지 마쓰시타전기의 2대 사장을 맡았다. 이후 회장(1977년)으로 물러나면서 창업가의 일원으로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다 1989년 4월 27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가능한 빨리 경영에서 손을 떼라”

그런데 생전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사위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사하루는) 일찌감치 경영을 단념하고 가능한 빨리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언은 지켜졌을까? 급기야 이 유언은 큰 ‘인사파동’으로 이어졌다.

사실 3대 사장 야마시타 도시히코(山下俊彦, 사장 임기: 1977~1986)가 재직하던 기간 동안은 잡음이 없었다. 창업주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타니 아키오(谷井昭雄, 사장 임기 1986~1993)가 4대 사장에 오른 3년 뒤인 1989년, 창업주가 사망하자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유언’ 둘러싸고 사내 인사파동

타니 아키오 사장은 창업주의 유언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던 파(派)였다. 이에 창업주의 사위인 마쓰시타 마사하루 당시 회장은 이를 저지하려고 맞섰다. 창업가를 대표하던 마쓰시타 마사하루에게 타니 아키오 사장의 은퇴 권고는 일종의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은퇴 권고를 일종의 ‘모반’이라고 생각한 마쓰시타 마사하루는 타니 아키오 사장에게 반감을 갖고 경영 방침에 일일이 비토를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사 파동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마쓰시타 마사하루에게 반기를 들었던 타니 아키오 사장은 오히려 임기 도중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타니 아키오 정권’을 지탱하고 있던 4명의 부사장들도 함께 정리됐다. 타니 아키오 사장이 떠난 자리는 모리시타 요이치(森下洋一, 사장 임기 1993~2000)가 이어 받았다.(5대 사장)

마쓰시타전기는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 사망 19년 후인 2008년 회사명을 파나소닉으로 변경했다. 당시 마쓰시타 마사하루는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이를 승인했다. 사실, 고노스케 생전에도 회사명 변경이 검토 되었는데, 창업주 본인이 반대했다고 한다.

아이러니컬한 사실. “경영에서 일찌감치 손을 떼라”고 유언을 남긴 장인에 대해 사위는 장인 회사의 사명을 바꾸는데 승인을 해주었다. 그 배경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올 법도 한 일이다. 마쓰시타 마사하루 명예회장은 2012년 7월 16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장인(마쓰시타 고노스케 95세로 사망) 보다 더 장수(99세)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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