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기고3 / 마트 베이컨-고기-계란 동나
미국 현지 기고3 / 마트 베이컨-고기-계란 동나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0.04.06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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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사재기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판. 사진=이훈구 작가.

<2편에서 계속>

<사우스 캐럴라이나=이훈구 작가> 급기야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코로나19에 대해 챙기고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실시간으로 세계의 확진자와 미국내 현황을 비교하여 내보내고 있으며 최초 사재기(부끄럽지만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맨 처음 사재기를 시작함)의 진원지인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기본 모델로 제한조치들이 내려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제한조치가 내려지면서 미국의 모든 상점들이 제한판매 안내문을 친절하게 부착하면서 비로소 미국은 ‘사재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물, 쌀, 통조림, 계란, 화장지, 라면 등이 주로 사재기의 대상이 되었는데 생수 선호가 강한 미국인들의 특성상 생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 아이템이며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마스크가 많지 않던 미국에서 같은 재질로 알려진 화장지는 마스크 대용품으로 알려진 후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생수 판매 코너에 LIMIT TWO란 문구가 보인다. 0.5리터 32개 묶음이 2.99달러. 믿기지 않는 가격이다. 사진=이훈구 작가.

스팸 등 통조림 마트에서 구입 개수 제한

특이한 것은 베이컨과 고기가 바닥이 났다는 점이다. 동양인들이 쌀을 주식으로 여기는 것처럼 미국인들에게도 고기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인지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의 계란도 매진되는 사태를 경험했다. 스팸 같은 통조림의 경우에도 월마트(WAL-MART)나 잉글스(INGLES), 알디(ALDI)같은 전문 수퍼마켓에서 개수 제한을 걸어 놓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일본라면에 비해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던 한국라면도 매진 되었다. 나 역시 뒤늦게 계란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겨우 두 팩(12개*2)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상점은 ‘거리두기 라인(6피트)’을 강제로 설치했다. 페덱스(FEDEX)에 갔을 때 정해진 거리를 두고 대화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줄을 설 때도 마찬가지였고 대기할 때나 결제 이후에도 정해진 거리두기를 정확하게 실천했다. 흔히들 미국이 준법정신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건 사실이다. 미국은 법이 무섭다. 정해진 규칙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거리두기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식품 판매대의 빈공간. 사진=이훈구 작가.

합법적 이민자에게 관대한 그러나...

흔히 미국을 말할 때 의료제도가 매우 잘못 되어 과도한 약값과 치료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처럼 묘사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일부는 맞고 상당 부분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복지국가이며 보건소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합법적 신분의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합법적인 신분자라면 거액의 수술비용이나 입원비용이 나왔더라도 사회복지사들이 조정을 해준다. 설령 불법체류자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도 일단 병원은 치료해주고 평생 이 비용을 상환한다는 서류에 서명을 받는다.

물론 이 비용을 갚지 않고 본인의 나라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복지사들의 조정이 복잡하고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한국같이 의료보험이 관대한 나라에 가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미국은 한국 언론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돈 때문에 치료나 검사를 거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한국의 인구와 작은 국토를 비교하면서 ‘체계적’이라고 말하기에도 어폐가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언론들은 한국과 북한을 ‘반드시’ 사우스(SOUTH)와 노스(NORTH)로 구별지어 말하면서 한국의 의료키트나 그 외의 것들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다. 초기 한국과 중국이 1,2위를 다투는 확진국가이면서도 한국은 공개로 전환하였지만 중국은 여전히 비공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의 여러 가지 사례들은 자주 소개되는 편이다. 다만 한국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세계적인 모범사례는 ‘대만(TAIWAN)’으로 소개하고 있다. 팩트 체크 차원의 문제로 대만정부는 초창기 대응이 완벽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초기 대응은 매우 미숙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들 나라의 장단점을 적절히 조합하여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낙관적으로 코로나19를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교통사고가 우리가 말하고 있는 숫자보다 훨씬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이들에게 더는 차를 몰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조만간 셧다운 조치 해제와 경제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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