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삼킨 ‘113년 전통’ 미국 고급 백화점
코로나가 삼킨 ‘113년 전통’ 미국 고급 백화점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5.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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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 '니만 마커스'. 작은 사진은 이 백화점의 성공을 일군 스탠리 마커스 전 회장.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02년 1월 23일, 한 경영자의 부음을 전하며 ‘merchant prince of Texas’라는 표현을 썼다. 부음의 주인공은 텍사스주 댈라스를 기반으로 미국 최대의 고급백화점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를 일군 스탠리 마커스(Stanley Marcus: 1905~2002) 회장이었다.

 
‘패션계의 오스카상’ 니만 마커스 패션 어워드
1907년 아버지와 고모, 고모부가 공동 설립한 니만 마커스 백화점을 전국 체인으로 확장시킨 것은 스탠리 마커스였다. 그는 ‘패션계의 오스카상’이라는 니만 마커스 패션 어워드(Neiman Marcus Fashion Awards)를 제정해 전 세계 패션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로이터는 19일, 이 니만 마커스 백화점의 사망 선고를 알리는 보도를 내놓았다. “113년 전통의 니만 마커스가 이번 주 안에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결정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사실, 니만 마커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설과 파산설이 나돌았다. 현재 캐나다 연기금운용위원회(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와 미국 투자회사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가 공동으로 니만 마커스를 소유하고 있다. 백화점에 니만 마커스라는 이름이 붙은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07년 미국 최고급 백화점의 탄생
유대계 독일 이민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캐리 마커스(Carrie Marcus:1883~1953)라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스물 두 살이 되던 1905년 아브라함 링컨 니만(Abraham Lincoln Neiman)과 결혼했다. 2년 뒤인 1907년 캐리 마커스는 남편과 오빠 허버트 마커스(Herbert Marcus:1878~1950)와 함께 텍사스주 댈라스에 2만5000달러를 투자해 소매업 가게를 열었다. 니만 마커스 백화점의 출발이었다.
 
당시 이 백화점은 ‘변방’으로 취급받던 텍사스의 제품보다 더 질 좋은 상품을 팔기로 결정했다. 캐리 마커스는 뉴욕에서 구매한 상품을 불과 몇 주 안에 텍사스에 풀어놓으면서 백화점은 큰 인기를 끌었다.
 
니만 마커스를 일군 스탠리 마커스 회장
오늘날의 니만 마커스 백화점 성공 뒤엔 허버트 마커스의 아들인 스탠리 마커스가 있었다. 하버드대와 하버드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그는 매장 의류 파트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입사 1년 만에 미국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연례적인 패션쇼를 도입했다. 1938년에는 ‘패션의 오스카’라고 불리는 니만 마커스 어워드를 제정했다.
 
크리스찬 디오르(1947년), 코코 샤넬(1957년), 이브 생 로랑(1958년), 조르지오 아르마니(1979년), 칼 라거펠트(1980년), 이세이 미야케(1984년), 미우치아 프라다(1995년) 등 기라성 같은 디자이너들이 이 상을 받았다.
 
1950년 아버지 허버트 마커스가 사망하자 스탠리 마커스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57년 백화점 창립 50주년에는 가브리엘 코코 샤넬을 니만 마커스 어워드 수상자로 선택했다.
 
그해 9월, 콧대 높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샤넬은 상을 받기 위해 프랑스에서 니만 마커스 본사가 있던 댈라스로 날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니만 마커스 백화점은 유럽 오뜨 꾸띄르들에겐 거대한 소비시장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1만4000명 종업원의 일자리 위협
니만 마커스를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스탠리 마커스는 1975년 은퇴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2002년) 20년이 되지 않은 2020년 4월, 니만 마커스 백화점 파산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113년 전통의 백화점을 잡아 먹은 것이다. 니만 마커스는 현재 1만4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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