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캐서린 존슨과 조지 플로이드
발행인 칼럼/ 캐서린 존슨과 조지 플로이드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6.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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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NASA) 직원 모두는 같은 색 소변을 본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말은 영화에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상징어와도 같다. 영화의 내용을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이다. 주인공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Katherine Johnson:1918~2020, 결혼 전 캐서린 고블)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뛰어난 계산원이자 수학자다. 그녀의 임무는 우주왕복선의 궤도와 지구로 떨어지는 캡슐의 정확한 지점을 계산하는 일.

그런데 그녀는 매일매일이 괴롭다. 일 때문이 아니다. 백인 전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서다. 그런 그녀는 흑인 전용 화장실을 찾아 매일 다른 동(棟)으로 수백 미터를 달려갔다 오곤 해야 했다.

결국 ‘깨어있던’ 백인 상사 해리슨(케빈 코스트너 분)이 나선다. 쇠막대기(한국식으로 치자면 ‘빠루’)를 들고 달려가 백인 전용 화장실의 팻말을 깨부순다. 그러면서 내뱉는 말이 “나사 직원 모두는 같은 색 소변을 본다”이다.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제목처럼 캐서린 존슨은 그동안 ‘숨겨진 인물’로 살았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그녀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캐서린 존슨에게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하면서 “인종과 성별의 장애물을 부순 개척자”(a pioneer who broke the barriers of race and gender)라고 평가했다. 2016년엔 그녀의 삶을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도 나왔다.

그런 캐서린 존슨은 지난 2월 24일,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외국 언론들은 “그녀는 매일 일터에서 인종차별과 성 편견과의 전쟁을 벌였다(She fought a war against racial discrimination and gender bias, just by going to work every day)고 전했다.

캐서린 존슨 사망 3개월 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다. 9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의 고향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교회에서 그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장례식은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4시간 동안 생중계됐다. 장례식 참석자들은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 캐서린 존슨이 활동했던 60년대의 대표적인 저항 노래 ‘변화는 올 것이다’(A change is going to come)를 부르며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시대의 변화를 위해 살았던 캐서린 존슨, 시대가 변했음에도 목졸려 죽은 조지 플로이드. 그들 역시, 소변 색은 우리와 다르지 않을 터. <에디터· 발행인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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