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건, 거울을 사소하지 않게 보는 지혜
사소한 물건, 거울을 사소하지 않게 보는 지혜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7.16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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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못보는 게 하나 있다. 자신의 얼굴이다. 사람은 자신의 맨얼굴인 ‘민낯’을 직접 자기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없다. 거울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빛을 통한 간접 확인에 불과할 뿐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거울을 보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소한 물건이지만 거울의 가치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요즘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 두 사람의 죽음과 조문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극명하게 대비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단의 주장과 이념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서로를 베고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한번 쯤 거울을 빡빡 닦고 스스로의 민낯을 다시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그래서, 중국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3가지 거울 이야기를 꺼내 본다.

정관정요는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정치철학을 담은 책이다. 제왕학(帝王學)의 표본으로 평가되는데, 여기엔 3가지 거울 이야기가 나온다. ‘구리 거울’, ‘역사 거울’, ‘사람 거울’이 그것이다.

‘구리 거울’은 글자 그대로 구리(銅)로 만든 실제 거울을 말한다. 자신의 모습을 비춰 안색이 좋은지, 감정이 어떤지, 의복 상태가 괜찮은지 등을 알 수 있다. 때론 거울을 보며 새로운 각오나 반성을 하기도 한다.

‘역사 거울’은 구리 거울 이상으로 중요하다. 현재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과거’는 미래를 위한 훌륭한 교재이자 교과서임에 틀림없다. 이세민은 “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바보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자는 역사에 배운다”는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은 ‘역사 거울’의 중요함을 전하는 격언과도 같다.

마지막 세 번째. ‘사람 거울’은 어떤가. 다른 사람이 곧 자신의 거울이라는 얘기다. 한 공인이 있다. 그가 선(善)을 행했다고 치자. 또 다른 타인들은 그 선을 보며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 선이 선을 낳으면서 모범 사례가 되는 케이스다. 반대로, 공인이 사회규범에 역행하는 일을 저질렀다고 치자.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스스로 반면교사로 삼는다. ‘사람 거울’이 더없이 중요한 이유다.

이세민은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세상 사는 이치와 이해득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세민의 3가지 거울 교훈은 비단 제왕이 아닌,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 3가지 거울을 다 실천하며 살 순 없는 세상이다. 그러긴 불가능하다. 필자 또한 다르지 않다. 다만 지혜를 되새겨 보자고 말하고 싶다. 사소한 물건, 거울을 사소하지 않게 들여다보는 그 지혜 말이다. <에디터=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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