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사 말 듣고 행정수도 옮긴 나라
점성술사 말 듣고 행정수도 옮긴 나라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7.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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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수도 이전’ 논란이 일면서 여야 공방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7월 20일 “정부·정부부처·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불을 지피고 여당이 군불을 때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수도 서울의 기능 분산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갑자기 왜?” “뜬금없네”라는 반응이다. 난데없는 소모적인 논란이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면서 정작 중요한 일들은 뒤로 내쳐져 있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성공시킨 나라로는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의 이웃나라 말레이시아는 20년 전인 1999년 수도를 이전했다. 정확히 말하면 수도 이전이 아니라 ‘수도 기능 이전’이다. 말레이시아의 문화, 금융 및 경제 중심지인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25km 가량 떨어진 푸트라자야(Putrajaya)라는 곳으로 연방 정부기관들을 이전했다. 새로운 행정수도인 셈이다. 한국의 세종시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기존 수도에서 가깝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해괴한 이유로 수도를 옮긴 나라도 있다. 미얀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2005년 11월 남부 양곤(미얀마식 이름, 영어식 이름 랭군, Rangoon)에서 중부 네피도(Naypyidaw)로 수도를 갑작스럽게 이전했다. 그전까지 양곤은 100년 간 미얀마의 수도였다.

미얀마는 왜 수도 이전을 감행했을까. 사실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밝혀진 것 없다. 전 세계 수도 이전 역사에서 미얀마 사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당시 수도 이전을 주도한 이가 군부정권의 철권 통치자 탄 슈웨(Than Shwe)였기 때문이다.

수도 이전의 표면적인 이유는 바다와 접한 양곤이 안보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뒤엔 미군 공격에 대한 탄 슈웨의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탄 슈웨가 점성술사의 점(占)을 믿고 수도 이전을 결정했다는 점.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2009년 8월 3일자)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탄 슈웨는 점성술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Than Shwe is heavily influenced by astrology)며 “그는 2005년 번화한 랭군에서 600킬로 떨어진 정글 중앙으로 수도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In 2005, he announced that he was moving the capital from bustling Rangoon to the middle of the jungle 600 kilometres away)고 보도했다. 다음은 인디펜던트의 기사 내용이다.

<탄 슈웨는 미국의 침공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반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점성가들의 조언에 따라 그런 결정(수도 이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탄 슈웨는 공식적으로 적어도 7명의 개인 점성술사를 두고 있다.>

(인디펜던트 원문)

It is believed that he made this decision on the advice of astrologers, although it was also a result of his fear of a US invasion and to protect him against another uprising. He reportedly has at least seven personal astrologers,

현재 양곤이 경제수도, 네피도가 행정수도 역할을 맡고 있지만 미얀마의 공식수도는 네피도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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