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기업 '테루모'(TERUMO)가 잘나가는 이유
히든기업 '테루모'(TERUMO)가 잘나가는 이유
  • 정희선 애널리스트
  • 승인 2020.08.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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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정희선 애널리스트(재팬올 일본대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본 주식 시장에서 기업 서열까지 바꿔 놓았다. 도쿄1부증시의 시가총액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역시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고, 진행 중이다. 일본의 상황은 이렇다. 

코로나19 탓에 체온을 재는 일이 잦아졌다. 도쿄든 서울이든 행사장이나 특정 장소에 들어가려면 체온계를 통한 체온 체크가 필수다. 단순한 기술에 불과한 체온 기기지만 일본에서는 이 체온계 전문제작 기업이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테루모(テルモ, TERUMO)라는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코로나 탓에 정밀기기분야 시총서 캐논 앞서
이 회사는 코로나 영향이 있기 전엔 도쿄1부증시 시가총액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5월부터는 첨단 정밀기기 분야의 선두주자 캐논 시총까지 앞질러 버렸다. 7월 27일 기준 테루모(41위)의 시총은 3조430억엔, 캐논(45위)은 2조8300억엔으로 순위가 역전됐다. 테루모는 10년 연속 주주배당 증가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역대 최고인 33%의 순이익을 냈다. 

‘의료를 통해서 사회에 공헌한다’(医療を通じて社会に貢献する)는 기업 이념을 내건 테루모가 설립된 건 1921년이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체온계 수입이 막히자 국산화를 위해 키타자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郎:1853~1931) 박사를 포함한 의사들이 뜻을 모아 세웠다. 시바사부로는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혈청요법을 개발해 ‘근대일본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다. 

독일의 세균학자 하인리히 헤르만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 박사가 결핵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 1882년이다. 그 4년 뒤인 1886년 시바사부로는 코흐 박사가 있던 베를린 대학으로 유학갔다. 거기서 코흐 박사 밑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파상풍균 순수 배양에 성공하면서 스승 코흐 박사를 놀라게 했다고 전해진다. 

체온계 제작사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
테루모 설립 당시 회사 이름은 ‘적선검온기(赤線検温器) 주식회사.’ 설립 이듬해인 1922년 체온계를 출시했다. 1936년에는 ‘인단체온계(仁丹体温計) 주식회사’로 명칭을 바꿨다. 1964년 일본 최초로 일회용 주사기를 대량 생산하면서 의료기기 전문회사로 거듭났다.
 
1969년에는 혈액팩을 내놓았다. 이 역시 일본 최초다. 이후엔 인공투석막, 인공폐 등을 개발했다. 그러다 1974년 현재의 테루모 주식회사로 이름을 다시 바꿨다. 테루모는 의료기기를 넘어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체온계와 혈압계 등으로 유명해 졌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의 초고령화 현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 기기 분야는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다. 

<정희선 재팬올 일본대표>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산업,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라이프 스타일 판매중’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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