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미국 내 흑인’ 이민 정책을 보는 시각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최근 “서아프리카의 빈국 가나가 미국 내 흑인들에게 자국으로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있었다. 가나는 인구의 30%가 하루 3달러(약 3600원)의 생활비로 사는 최빈국 중 한 곳이다.
이를 받아 쓴 한국 언론들은 천편일률적인 기사를 올렸다. “수입과 능력을 가진 미국 흑인들이 가나에 정착할 경우 가나의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에 질린(?) 미국 내 흑인(American-black)들이 차별을 피해 가나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식의 내용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서울 외국인교회에서의 목도한 ‘흑vs흑 관계’
서울에서 외국인교회에 오랫동안 다녔는데 유난히 가나 출신 유학생들이 많이 나왔다. 미국 본토에서 건너 온 흑인들도 함께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미국 본토 흑인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같은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가나인들과는 의례적 인사를 제외하곤 서로 섞이지 않았다.(가나도 영어를 쓴다). 드러내놓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은 너희와는 다르다’는 우월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록 자신들이 본토에서는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고는 해도 세계 최강국 출신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것이다.
가나인들도 특이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중 한 청년은 가나의 상위 5% 지배계급 출신(아직도 부족 문화가 전승됨)이었다. 내 눈에 그 청년과 다른 부류 사이에는 조선시대 양반과 하층계급 같은 미묘한 기류가 항상 존재했던 것 같았다.
지난해 가나는 아프리카를 떠난 ‘노예선 미국 도착 400주년’을 기념해 미국 흑인들의 가나 방문과 정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런 영향인지는 몰라도 지난해 1∼9월 가나 방문자는 23만7000명이 증가해 45% 늘었다. 대부분이 미국인들이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여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 흑인들이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 제공하는 시민권과 토지 등에 혹하여 이민을 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심지어 미국 출신 해방 노예들이 세운 ‘라이베리아’라는 아프리카의 나라까지 있지만 그들은 상당수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 옛날 아프리카 대륙에서 흑인 노예들을 유입할 당시에도 유럽의 노예사냥꾼들보다 아프리카의 부족들이 더 많은 노예를 팔아 넘겼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부족을 무너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인종차별은 엄청났다. 지금도 그 잔재가 남아 있기는 하다.
American black’과 ‘African black’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들은 미국에서 살기를 원하고 그들 스스로 ‘American black’과 ‘African black’을 철저하게 구분한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African black’은 그저 아프리카 본토에 줄곧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 노예 출신의 후손인 ‘American black’에게 차별 받는다. 미국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보니까 꼭 그렇지 않더라고 말하고 싶은 분들이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영화는 영화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미국의 흑인들은 링컨 대통령에 의해 노예해방이 이뤄졌고 숱한 세월을 겪고 난 후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어찌 보면 그들이 이뤄낸 열매들을 내팽개치고 조상의 뿌리를 찾아 아프리카의 빈국을 단순히 ‘인종차별’ 때문에 건너갈 흑인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특히 미국의 ‘소수민족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만 봐도 그렇다. 이 법안이 주로 흑인들 위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역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아시아계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심지어 향후 미국은 백인들이 오히려 소수민족이 될 가능성이 높고, 흑인들이나 히스패닉 인구가 다수 민족이 될 확률이 높다.
‘아시아계’와 ‘히스패닉’들에게 돌아오는 불이익
미국 생활 중 가장 큰 애로사항이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억눌린 감정들을 주로 ‘아시아계’나 ‘히스패닉’들에게 드러내 놓고 푼다는 점이다. ‘흑백 갈등’ 보다 ‘흑인, 아시아계’ 갈등이 더 위험하고 무섭다는 얘기다. 이건 인종차별 뒤에 숨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필자는 미국의 현재를 객관적 시각으로 생생하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상식들을 파괴해 나가려고 한다. ‘생생 미국 리포트’를 연재하는 이유다. 연재를 통하여 ‘날 것 그대로’의 21세기 미국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