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슬로건/ Just Do It
글로벌 기업 슬로건/ Just Do It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9.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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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월 17일, 미국에서 게리 길모어(Gary Gilmore)라는 살인범이 사형장에서 총살당했다. 그가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렛츠 두 잇’(Let’s do it: 자 시작합시다). 자신의 사형 집행을 하라는 뜻이었다. 아이러니컬한 일이 벌어진 건 사형 10년 후인 1988년이다. 길모어가 사형 집행 전 남긴 마지막 말 Let’s do it이 나이키 광고의 그 유명한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에 영감을 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슬로건> 시리즈 2회는 나이키(Nike)편이다. 살인범과 나이키 슬로건에 얽힌 뒷얘기는 다음과 같다. 

나이키,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회사 이름으로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NIKE)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탄생했다. 오리건대 육상선수였던 필 나이트(Phil Knight)가 육상부 감독이던 빌 바워만(Bill Bowerman)과 함께 만들었다. 이들이 1964년 설립한 회사가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 이후 1971년 나이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회사 이름으로 사용했다. 나이키의 상징 마크인 ‘스우시’(Swoosh)는 캐롤린 데이비슨(Carolyn Davidson)이라는 그래픽디자인과 학생이 고안해 냈다. 

그런 나이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슬로건이었다. 아시다시피 ‘저스트 두 잇’(Just Do It: '그냥 해')이다. 1988년 TV 광고 캠페인용으로 만들어진 나이키의 이 메시지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Just Do It은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나이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담고 있다. Just Do It은 하키 스틱처럼 날렵하게 뻗은 마크 ‘스우시’(Swoosh)와 함께 나이키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키의 브랜드 마케팅 부문 전 부사장 데이비드 그라소(Davide Grasso)는 슬로건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는 슬로건 자체를 신봉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믿는 것과 우리가 대변하는 것에 사람들을 초대해 왔는데 이게 효과적이라는 걸 알았다. 또한 선수들을 위하고 존경하는 데 앞장서 왔다. ‘Just Do It’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Just Do It을 만든 광고회사 Wieden+Kennedy
그럼, 나이키의 Just Do It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1980년대 나이키는 스니커즈 시장을 두고 경쟁사인 리복(Reebok)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나이키는 슬로건 제작에 나섰는데, 작업을 맡은 광고회사가 위덴&케네디(Wieden&Kennedy, 훗날 Wieden+Kennedy로 변경)였다. 

Wieden+Kennedy(이하: W+K)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회사 중 하나로 댄 위덴(Dan Wieden)과 데이비드 케네디(David Kennedy)가 1982년 설립했다. 나이키와 같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뉴욕, 암스테르담, 도쿄, 런던, 상하이, 델리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주요 고객으로는 에어비앤비, 코카콜라, 디즈니, 페이스북, 포드. 맥도날드 등이 있다. 

나이키로부터 슬로건 제작을 의뢰받은 W+K가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발표한 건 1988년이다. W+K의 공동창업자 댄 위덴(Dan Wieden)은 2015년 3월, 영국 디자인 전문 잡지 디진(dezeen)과의 인터뷰에서 슬로건 작업 뒷얘기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JUST DO IT은 살인범의 마지막 말에서 영감”
당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디진을 인용해 ‘나이키의 JUST DO IT 슬로건은 살인범의 마지막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NIKE’S ‘JUST DO IT’ SLOGAN WAS INSPIRED BY A CONVICTED KILLER’S LAST WORDS)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인디펜던트 등 관련 매체의 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W+K의 댄 위덴은 당시 나이키의 5개 TV광고가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다. 응집력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그는 그 모두를 하나로 묶기 위한 태그라인(tagline)으로 Just Do It을 선택했다. 그는 “나는 4~5개의 아이디어 중에서 한 개로 좁혔는데 그게 JUST DO IT”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덴은 “이유는 좀 우습지만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신 남성이 생각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인범 게리 길모어. 그는 사형장에서 마지막으로 ‘Let’s do it’이라고 말했다. 광고회사의 댄 위덴(오른쪽)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만들었다. 

(인디펜던트 원문)
Wieden described how at the time he was worried that an upcoming series of five TV adverts lacked cohesion because they all had a different feel to them. So he thought that “Just Do It” would become the tagline to tie them all together. 
“I wrote about four or five ideas. I narrowed it down to the last one, which was “Just do it”. The reason I did that one was funny because I was recalling a man in Portland…”

위덴이 언급한 남성은 게리 길모어(Gary Gilmore)라는 사람이었다. 길모어는 1976년 유타주에서 무고한 남녀 2명을 살해했다. 살인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길모어는 이듬해인 1977년 1월 17일 사형대 위에 섰다. 머리에 후드를 씌우고 티셔츠엔 표적을 붙였다. 5명의 사격수가 조준했다. 길모어가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렛츠 두 잇’(Let’s do it: 자 시작합시다). 자신의 사형 집행을 하라는 뜻이었다. 

Let’s do it을 Just do it으로 바꿔
당시 36세의 사형수 길모어는 미국의 사형 금지령 이후 처형된 첫 케이스였다. 앞서 1972년 미국 대법원은 “사형제도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이라고 판결했었다. 사실상의 사형 금지였다. 그러면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길모어가 사형제를 부활시킨 장본인셈이었다. 

다시 위덴으로 옮겨 간다. 길모어의 마지막 말에 영감을 받은 위덴은 “나는 Let’s do it이 마음이 들지 않아 ‘Just do it’으로 바꿨다”(I didn't like ‘Let’s do it’ so I just changed it to ‘Just do it’)고 말했다. 

당시 나이키의 공동 창립자 필 나이트는 위덴이 만든 ‘저스트 두 잇’ 슬로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완강한 필 나이트에게 위덴은 “그냥 이번 건은 날 좀 믿어달라(Just trust me on this one)고 설득했다.

위덴은 “그가 날 믿어줬고 슬로건은 순식간에 대박을 쳤다”고 회고했다. 1988년 TV광고에 처음 등장한 슬로건 Just Do It은 나이키의 비상(飛翔)을 이끌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Just Do It은 나이키의 ‘슬로건 역사’로 남았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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