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임…췌장암 사망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베 사임…췌장암 사망 아버지를 떠올렸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9.07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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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임을 발표한 아베 신조 총리. photo=NHK 캡쳐.

[발행인 칼럼]

"건강에 극도로 예민했던 아베”
8년 가까이 이어지던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시계’가 마침내 멈췄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면서다. 병원 검사 결과를 쉬쉬했다. 하지만 언론이 집요하게 추적했다. 더 이상 버티진 못했다. 아베 총리는 28일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임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하차를 전격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2006년 9월~2007년 9월) 때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1년 만에 사임했었다. 2012년 12월 재차 집권했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지병으로 발전해 쭉 그를 괴롭혀 왔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일본 정계 소식통과 언론을 종합하면, 아베 총리는 2차 집권 이후 건강에 극도의 예민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건강 문제로 하차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생각 너머에는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의 사인(死因)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아베 아버지 신타로 1991년 췌장암으로 사망
아베 총리의 부친 아베 신타로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민당 요직을 두루 맡은 신타로는 총리직을 눈앞에 두고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속앓이는 췌장암으로 발전했고, 1991년 5월 15일 사망했다. 도쿄 준텐도(順天堂)대학 의학부 부설병원에서다. 당시 67세. (신타로의 아버지 아베 간(安倍 寛) 전 중의원은 1946년 5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출발한 아베 신타로는 1956년 중의원 선거에 출마해 부친의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979년 자민당 정조회장, 1981년 스즈키 젠코 내각의 통산상(통상장관)을 지낸 신타로는 1982년 총리 자리로 이어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게 되었다. 상대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 康弘: 1918~2019). 결과는 패. 

비록 나카소네와의 경쟁에서 지긴 했지만, 아베 신타로는 나카소네 정부에서 외상(외무대신)에 발탁됐다. 하지만 아베 신타로는 그 이후 ‘총리직 불운’을 또 한번 겪게 된다. 1987년 나카소네가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을 가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진행됐다. 아베 신타로도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선거 대신 ‘입김’이 작용했다. 아오키 오사무가 쓴 <아베 삼대>(길윤형 옮김, 서해문집)라는 책은 “(아베 신타로는) 이른바 ‘나카소네 재정’(裁定:중재)을 통해 맹우이던 다케시다 노보루가 후임 총재에 취임하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적었다. 

‘나카소네 재정’이란 1987년 10월 31일 자민당 총재였던 나카소네 총리가 ▷다케시타 노보루 자민당 간사장 ▷아베 신타로 자민당 총무회장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 가운데 차기 후임 총리로 다케시타 노보루를 점찍은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나카소네에 의해 아베 신타로는 총리직을 코앞에 두고 두 번이나 낙마하고 말았다. 이 일이 화근이 되어 아베 신타로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1991년 5월 15일 그는 총리 소원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사연을 안고 자민당 내에서 입지를 굳힌 아베 신조는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주었다. 1차 집권(2006년 9월~2007년 9월)에 이어 2012년 12월 재차 정권을 잡은 후 3연임에 성공했다. 총 7년 8개월 재임으로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까지 새로 썼다. 하지만 건강엔 지고 말았다. 긴 독주 체제가 막을 내렸다. 

이시바-기시다-스가 등 차기 총리 물망
아베의 사임 발표로 일본 정계가 충격에 빠지면서 자민당 내 각 파벌이 후임 자리를 두고 주판알을 굴리기에 바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이 차기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과거 '나카소네 재정'처럼 아베가 후계자를 지목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도 바쁘게 돌아가긴 마찬가지다. 누가 총리가 되든, 수출규제 문제로 꽉 막혔던 한일 갈등 문제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와 관련 “아쉽게 생각한다.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일 관계가 끝도 모를 벼랑으로 내달렸다. 바둑으로 치자면, 패착(敗着) 중의 패착이었다. 아베 총리의 사임을 기회로 이젠 두 나라가 ‘정석 바둑’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발행인 에디터=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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