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서산 개심사 배롱나무 보러 가는 길
탐방기/ 서산 개심사 배롱나무 보러 가는 길
  • 노운 작가
  • 승인 2020.10.0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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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개심사. 절간의 기둥이 비틀어져 있다. 

재팬올에 <이판사판 산행기>를 연재하는 노운 작가가 사찰 기행 글을 보내왔다. 백제시대 사찰인 수덕사(충남 예산군 덕산면)와 개심사(충남 서산시 운산면)다. 수덕사는 대웅전(국보 제49호)의 조형미가 빼어나다. 개심사(開心寺)는 여름~초가을에 배롱나무가 아름답다. 규모가 작은 절이지만 ‘마음을 연다’(開心)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개심사편과 수덕사편을 나누어 싣는다. 

(개심사편)

문태준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개심사
<글, 사진=작가 노운> 계절이 가을로 돌아앉은 9월 말, 개심사(開心寺)로 향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상왕산 자락에 있는 개심사는 예산 수덕사의 말사로, 작지만 운치있는 천년 사찰이다. 백제 멸망 6년 전인 서기 654년(의자왕 14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개심사 가는 길에 시인 문태준의 시가 떠올랐다. 시인은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시집 『가재미』 중 ‘빈집의 약속’)고 읊었다. 

개심사의 대웅보전과 심검당(정면)

개심사를 찾아가던 날도 볕이 참 좋았다. 시인의 말처럼, 대웅보전 왼쪽에 자리잡은 심검당(尋劍堂)엔 볕들이 내려앉아 재잘재잘하는 듯했다. 이름 때문일까. 개심사를 찾는 이들은 저마다 ‘마음을 새롭게 여는’(開心) 다짐을 한다고 한다. 

개심사 가는 길의 저수지와 목초지 농장 모습

개심사 가는 길은 ‘마음’보다 ‘눈’이 먼저 열린다. 멋진 풍광의 저수지(신창지)와 거대한 한우목장 목초지가 동공을 푸르게 물들인다. 소설가 김형경은 이 목초지를 ‘민둥산’이라고 표현했는데, 단편소설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은 이런 배경을 담고 있다. 

개심사 입구 연못의 배롱나무
보호수로 지정된 경내의 배롱나무

연못가와 경내에 ‘부귀영화’ 배롱나무 자태
길고 좁은 오솔길을 지나 주차장에 들어서자 직사각형 연못과 외나무 다리가 나타난다. 연못가에 활짝 핀 배롱나무에 또 한번 눈이 열린다. 경내에는 수령이 오래된 또다른 배롱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에 속한다. 꽃이 100일 동안 오래 피어서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리는 배롱나무는 예부터 ‘부귀영화’를 주는 나무로 여겨지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일본에서는 배롱나무가 ‘사루스베리’(猿滑)로 불린다는 점이다. ‘나무 표면이 매끄러워 원숭이도 미끄러져 떨어진다’고해서 그런 별칭이 붙었다. 중국에서는 파양수(怕痒樹)란 이름을 갖고 있다. ‘매끄러운 줄기를 긁으면 나무가 간지럼을 탄다’는 것이다. 한번 만져보니 매끄럽긴 했다. 

개심사의 휘어진 기둥

휘어지고 비틀린 기둥과 대들보들
개심사의 파격미는 절간 건물들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과 대들보들에서 발견된다. 하나같이 휘어지고 비틀린 것들이다. 나무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편안함과 동시에 고풍스러움을 안겨준다. 

이런 모습을 본 시인 마종기는 ‘개심사’라는 시에서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들/ 비틀리고 찢어진 늙은 나무기둥들이/ 몸을 언제나 단단하게 지니라고 하네”라고 읊었다.  

절간의 다섯 고양이들

절간 마당에서 다섯 보살을 만났다. 고양이들이다. 같은 날 태어난 듯한 다섯 마리가 볕을 쬐며 한가하게 낮잠을 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가가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늘어지게 자고 있는 모습이 마치 보살 얼굴을 닮았다. 

“그동안 닫힌 마음으로 살지는 않았을까?” 볕 좋은 개심사를 나오면서 배롱나무에 다시 한번 합장해 본다. 발길을 곧 해미읍성과 해미천주교 순교성지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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