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슬로건/ Let's Go Places
글로벌 기업 슬로건/ Let's Go Places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11.07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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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자동차의 미국 슬로건 Let's Go Places. photo=토요타 홈피

일본 시총 1위 기업은 토요타자동차(TOYOTA: 약 260조)다. 토요타를 이끌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豊田章男,63) 사장은 ▷증조부 토요다 사키치(豊田佐吉: 1867~1930, 토요타자동직기 창업), ▷할아버지 토요다 키이치로(豊田喜一郎: 1894~1952, 토요타 자동차 창업), ▷아버지 토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郎: 1925~, 토요타자동차 명예회장)를 잇는 경영 4세다. (회사명은 토요타, 가문 이름은 토요다.) 레이싱대회까지 출전하며 모험을 즐기는 CEO로 알려진 아키오 사장은 찰리 채플린이 한 말 ‘넥스트 원’(Next one: 차기 작품)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넥스트 원’은 토요타자동차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토요타는 1975년(You asked for it! You got it!)부터 현재(Let's Go Places)까지 다양한 슬로건을 사용해 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 슬로건> 시리즈 4회는 토요타자동차 편이다. 

토요타, 2012년부터 Let’s Go Places 슬로건
#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20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록다운 확산으로 토요타가 Let’s Go Places 테그라인(슬로건)을 잠정 중단한다’(With Lockdowns Spreading, Toyota Suspends 'Let’s Go Places' Tagline)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Let's Go Places(멀리 나아가다. 성공하다, 발전해 나가다는 의미)는 토요타가 2012년 미국에서 발표한 슬로건이다. 종전의 Moving Forward 슬로건을 대체한 것인데, 이는 토요타가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고객들을 참여시키고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토요타 미국 홈페이지는 이 슬로건에 대해 “Let's Go Places는 토요타 브랜드의 본질을 포착한 구두적 표현”(Let's Go Places is the verbal expression that captures the essence of the Toyota brand)이라고 설명한다. WSJ은 토요타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 상황 탓에 토요타의 이 슬로건이 유지될지 아닐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토요타는 과거 차종별, 나라별로 다양한 버전의 슬로건을 사용해 왔다. 미국, 일본, 한국 슬로건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미국
▷You asked for it! You got it!(1975~1979) ▷Oh, what a feeling!(1979~1985) ▷Who could ask for anything more?(1985~1989) ▷I love what you do for me, Toyota! (1989~1997) ▷Everyday(1997~2001) ▷Get the feeling!(2001~2004) ▷Moving Forward (2004~2012) ▷Let's Go Places(2012~현재)

한국
▷Smile For Tomorrow(2009~2014) ▷You Are So Smart(2014~2019) ▷Enjoy Your Style(2019~현재)

일본
▷Drive Your Dreams (2000~2013) ▷Fun to Drive, Again(2013~2017) ▷Toyota Next One(2014~2015) ▷The World is One(2015~2017) ▷Start Your Impossible(2017~현재)

토요타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사장. photo=아키오 사장 페이스북 

찰리 채플린의 말 ‘넥스트 원’이 좌우명
#2. 

일련의 슬로건들엔 토요타의 경영, 생산방식, 소비자, 미래구현 등의 구상이 잘 녹아 있다. 재미있는 건, 일본 슬로건 중 하나인 Next One이 아키오 사장의 좌우명이라는 것이다. 아키오 사장은 2012년 5월 9일 회사 재정보고 발표회에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대한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이 "당신의 최고 영화는 뭐였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차기 작품"(next one)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이런 사고방식은 항상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토요타의 카이젠(改善; 토요타의 상징적인 원동력) 정신과 비슷합니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넥스트 원(next one)을 기대해 보기 바랍니다.>

영어 원문: 
(Charlie Chaplin, the greatest comedian, was said to reply 'the next one,' when asked which of his films he thought was the best. “I find his mindset similar to Toyota's Kaizen mentality - to always strive to create something better. Please do look forward to the "next one" from Toyota and Lexus.

아키오 사장은 좀 더 좋은 차(차기 작품)를 만들기 위해 ‘넥스트 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아키오 사장은 본명 대신 '모리조우'라는 별칭으로 레이싱대회에 출전해 왔다. 

도전 즐기는 아마추어 레이싱카 드라이버
#3. 
아키오 사장은 1956년 생으로 토요타자동차의 본거지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태어났다. 게이오대학 법학부를 다녔고, 대학에서는 하키부에 소속돼 일본 남자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밥슨(Babson) 대학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미국의 해외투자 은행에 다니다 1984년 토요타자동차에 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 토요다 쇼이치(豊田章一郎)는 “입사 특별 대우는 없다”고 말했고, 아키오는 일반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생산 관리 및 국내 영업을 담당했던 아키오는 계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 당하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이사로 승진한 것이 44세 때인 2000년이다. 

이사 취임은 아키오에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토요타자동차 테스트 드라이버 나루세 히로무(成瀬弘·78)와 만나면서다. 1960년부터 토요타에 재직해 온 나루세 히로무는 스포츠카 개발에 종사해 온 완고한 장인 기질의 소유자다. 회사 상부의 결정에도 서슴없이 대드는 등 자동차 제작에 대한 열정은 사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그런 그는 아키오에게 “이쪽은 목숨이 걸려있다. 운전을 모르는 사람에게 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계자의 신분이지만 아키오는 그런 나루세 히로무의 말에 경청하면서 신뢰를 보여줬다. 아키오는 히로무로부터 운전 기초 기술을 배웠고, 지금은 ‘모리조우’라는 별명으로 레이싱대회까지 출천하는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되었다. 

대학시절 하키 선수를 했던 아키오 사장은 "위기에 다가가면 갈수록 덜 위험하다"고 했다. 

“어중간한 위치에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4. 
아키오가 사장에 취임한 건 입사 25년 만인 2009년 6월(당시 53세)이다. 2009년은 ‘리먼 쇼크’의 한가운데 시기로, 당시 토요타차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해 4월 크라이슬러가, 6월엔 제너럴모터스가 파산을 신청하는 등 자동차업계로는 시련기였다. 엎친데덮친격이었다. 취임 2개월 후인 2009년 8월에는 미국에서 브레이크 결함으로 4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토요타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아키오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곤욕을 치렀지만, 이는 토요타에겐 새로운 기회이기도 했다. 청문회 1년여 뒤인 2011년 3월 9일,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 글로벌 비전’을 발표했다. 경영의 스피드업을 도모하기 위해 27명의 이사를 11명으로 줄이고, 의사결정 단계도 3단계에서 2단계로 바꿨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11일 어처구니없게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고 말았다.

리먼 쇼크, 대규모 리콜 사태, 동일본대지진 등 취임 초기 위기가 잇달아 닥쳤지만 아키오 사장은 오히려 “매우 힘든 시기였지만 회사로서는 일체감, 구심력이 높아진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아키오 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2018년, 단순한 자동차회사가 아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기업’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아키오 사장은 일본 경영자 중에서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메이저리그 선수 이치로와 대담이 그 한 사례다. 이 자리에서 “위기에 강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키오 사장은 대학 시절 선수로 뛰었던 하키를 인용해 “위기란 것은 접근하면 할수록 안전해진다.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危機というものは近づけば、近づく程安全なんです。実は、中途半端な距離に居るのが一番危険です)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하키에서는 상대 선수가 슛을 시도할 때, 어중간한 위치에 있으면 150㎞ 속도로 볼이 날아온다. 하지만 상대에 접근하면 볼은 바닥에 있기 때문에, 맞아도 다리 근처에 맞아서 그만큼 위험이 작아진다.>

'위기를 회피하지 말고 스스로 다가가라'는 말로 들린다. 끝을 맺자면, 토요타의 슬로건 Let’s Go Places는 ‘위기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사회로 나아가려는’ 아키오 사장의 의중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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