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통령선거(11월 3일) 열전에 돌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절레스에 거주하는 이훈구 재팬올 미국대표가 미국 선거 분위기, 한국 언론들이 놓치거나 소홀히 한 선거 관련 스토리 등을 종합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2편)
<미국 LA=이훈구 작가(팩트올 미국대표)> 미국 연방법은 ‘11월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에 대선을 치른다’(Congress passed a federal law designating the first Tuesday following the first Monday in November as Election Day)고 규정하고 있다. 1845년 연방의회가 이렇게 정했다. 올해 그 화요일이 11월 3일이다. 미국 대선은 각 주의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인단 수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간접선거 방식, 즉 승자독식제를 취하고 있다.
이런 미국 총선거는 ‘대통령선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및 부통령(정당 지명 공직) ▲미 연방하원의원, 주 상원의원, 주하원의원(유권자 지명 공직) ▲카운티 감독관 위원회, 지방 검사, 상급 법원 판사, 지방 선거구 또는 시 경선(지방 공직)로 나뉘어 진다. 또한 각종 법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도 함께 치러진다.
필자가 사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과거에 치렀을 때 OMR카드에 동그라미 안을 검게 칠하듯 무려 6장 가량의 투표용지에 표기를 해야 한다. 특히 기명후보자에게 투표할 경우에는 친절하게 써야 한다. 문제는 주요 법안에 관한 내용인데, 영어로만 표기하면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어려운 문장과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하기에 각 출신지 언어서비스가 제공된다.
알아야 할 것 1/ 유권자 등록 제도
한국과 달리 미국은 ‘유권자 등록 제도’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거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만이 유권자 등록(현재 거주지에 등록)이 가능하다.
문제는 투표 전에 ‘유권자 등록’을 하라는 안내를 수도 없이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영주권자 같은 합법적 이민자의 경우, 이민 전 국가의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등에서 무심코 ‘유권자 등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 워낙 친절하게 수시로 안내가 오기 때문에 서슴없이 ‘유권자 등록’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나중에 시민권 시험을 볼 때 탈락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학생들이야 정상참작이 되지만 유권자 등록이 결국은 ‘미국 시민 사칭’이 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고의성이 적발되거나 의심되면 바로 본국으로 추방되고 영주권은 박탈당한다. 미국시민이라고 해도 등록 조건이 있다. ▲현재 주 또는 연방 교도소에 수감 되어 있는 경우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가석방 중인 경우 ▲법원으로부터 투표하기에 정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결 받은 경우에는 유권자 등록이 안된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영어, 아르메니아어, 중국어, 크메르어, 페르시아어, 한국어, 스페인어, 타갈로그/필리핀어, 베트남어, 힌디어, 일본어, 러시아어, 태국어 서비스가 지원된다.
알아야 할 것 2/ 미국도 다당제 국가?
흔히 미국은 양당제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번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에는 총 6개의 정당 후보가 출마했다. 한국처럼 ‘기호 0번’식이 아닌 그냥 이름과 소속정당이 표기되어 있다. 참고로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녹색당(Green Party of the United States)에선 하위 호킨스(HOWIE HAWKINS) 대통령 후보와 안젤라 니콜 워커(ANGELA NICOLE WALKER) 부통령 후보가 출마했다. ②자유당(Libertarian Party)은 조 조건슨(JO JORGENSEN) 대통령 후보와 제레미 ”스파이크”코헨(JEREMY “SPIKE” COHEN) 부통령 후보가 나섰다.
③민주당(Democratic Party)은 조셉 R. 바이든(JOSEPH R. BIDEN) 대통령 후보와 카밀라 D. 해리스(KAMILA D. HARRIS) 부통령 후보, ④공화당(Republican Party)은 도널드 J.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 후보와 마이클 R.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 후보가 파트너가 됐다.
⑤평화자유당(Peace and Freedom Party)에선 글로리아 라 리바(GLORIA LA RIVA) 대통령 후보와 수닐 프리먼(SUNIL FREEMAN) 부통령 후보가 ⑥미국 독립당(American Independent Party, AIP)에선 로크 “로키” 드 라 푸엔테게라(ROQUE “ROCKY” DE LA FUENTE GUERRA) 대통령 후보와 카네이 오마리 웨스트(KANYE OMARI WEST) 부통령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조 조건슨과 글로리아 라 리바 후보는 여성이다.
알아야 할 것 3/ 영부인과 여성 부통령 정서
미국 대선과 관련해 하나 짚고 넘어갈 건, 영부인 혹은 여성 부통령에 관한 미국인들의 정서와 관련된 부분이다. 얼마 전 한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코로나 양성반응 이후 일체 활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한국 언론들은 출처도 불분명한 미셸 오바마(오바마 전 대통령 영부인)의 민주당 부통령 러닝메이트설을 언급하면서 덩달아 그녀의 ‘대중적 인기’에 불을 지폈다.
까놓고 말하면, 미국 내 정서는 꽤 보수적이다. 물론 여성 대통령 후보도 있고 여성 부통령 후보도 민주당 뿐만 아닌 기타 정당에도 등장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거품’ 이후로는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없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영부인이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의외로 조용한 내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임기 중에 대통령 가족에 대한 잡음이 들려오는 것을 싫어하며 발언 등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까놓고 하나 더. 미셸 오바마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거의 없다’는게 맞다. 또 미국 주류사회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두 번 투표한 것으로 흑인들에 대한 부채를 털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오바마 시대를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8년’으로 평가한다. 그런 탓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이 시점에서 미국 주류사회의 분위기 하나를 더 전하려 한다. 조 바이든을 흑인대통령 밑에서 ‘하수인’으로 일한 사람으로 폄하하는 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8년으로 되돌아 가보자.
공화당 부통령 후보 새라 페일린(Sarah Louise Palin)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존 매케인(John Sidney McCain III)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적이 있었다. 이른바 ‘하키맘(hockey mom) 열풍’이었다. 지난 2016년에는 트럼프가 러닝메이트 후보로 고려하기도 했던 이다. 하지만 결국 급진적 보수성향과 미국 내 정서(여성 시기상조론)로 인해 포기했다.
얘기를 바이든의 이번 러닝메이트인 카밀라 해리스로 옮겨보자. 그녀는 동양계와 흑인의 혼혈이라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미국 민주당의 ‘보이지 않는 손’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과는 같은 당임에도 오랜 앙숙이다. 따라서 지난 대선 당시, 샌더스의 지지자들이 대부분 트럼프에게 투표를 했고, 이게 민주당의 패배 요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샌더스가 이번엔 직접 나서서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만들었다.
그러나 해리스는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가 기반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평가 받는다. 한술 더 떠 해리스는 ‘급진적 낙태주의자’이며 그녀에겐 ‘오바바 행정부(흑백 조합) 시즌2’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