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대선을 움직이는 6가지 변수
생생 미국 리포트/ 대선을 움직이는 6가지 변수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0.10.22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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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통령선거(11월 3일) 열전에 돌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절레스에 거주하는 이훈구 재팬올 미국대표가 미국 선거 분위기, 한국 언론들이 놓치거나 소홀히 한 선거 관련 스토리 등을 종합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국의 파워집단 유대계들.

(3편)

①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미국 대선 때가 되면 늘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은 197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이 겨뤘을 당시 닉슨이 ‘베트남 전쟁 종전설’을 주장하면서 생겨났다. 

보통 미국 대통령 선거날은 11월 첫 주이기 때문에 10월에 나타나는 변수는 항상 선거를 좌지우지했다. 이번 선거에선 트럼프의 코로나 양성반응이 '10월의 이변'일 터. 과거의 예를 들자면 △1980년 대선의 이란 대사관 인질 석방설 △2004년 대선의 오사마 빈 라덴 공개 영상 △2012년 대선의 허리케인 샌디 등이다. 특히 2016년 대선 레이스에서는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두 후보 모두 10월에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 FBI 힐러리 이메일 재수사 발표와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 파일 공개다. 

당시 한국언론들은 트럼프 악재를 두고 “대선판을 결정짓는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라고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런데 ‘진짜’ 이변이 일어났다. 음담패설 녹음 파일 공개를 전후로 힐러리와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특히 경합주에서 힐러리의 우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CNN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힐러리는 민주당의 오랜 텃밭인 위스콘신주 유세를 가지 않았다. 위스콘신주는 ‘미국 진보 1번지’라고 불릴 만큼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었지만, 결과는 트럼프 승리로 나타났다. 오하이오주도 그랬다. 역대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오하이오주가 가면 미국이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과거 1960년 존 F. 케네디를 제외하고 오하이오주 승자 모두 가 백악관 주인이 됐다. 이곳 오하이오 여론조사도 당시 힐러리가 높게 나왔다. CNN은 음담패설이 ‘10월의 이변’이라고 전망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트럼프가 승자였다.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

②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민심
미 대선의 민심을 읽으려면 제일 먼저 ‘러스트 벨트’(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봐야 한다. 러스트 벨트는 소외된 백인들이 사는 지역으로, 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등)이다. 

이곳은 좀처럼 정치성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표’로 말한다.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주들의 백인 노동자들은 지난 대선 때는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 줬었다.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의 분노를 읽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번 대선 역시 최고의 경합주로 꼽히고 있다. 

③셰일 오일(SHALE OIL)의 딜레마
과거 미국은 석유나 가스를 수입해서 썼다. 물론 막대한 천연자원이 있었으나 이를 캐낼 방법론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 그러다가 조지 미첼(George P. Mitchell)이 50년 만에 수압파쇄법(Hydraulic fracturing)을 성공한 덕에 그 채굴 방식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가스 생산 수출국이 됐다. 셰일 오일(원유가 셰일이라는 근원암에서 형성된 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머문 상태)을 생산하게 되면서부터다. 

당연히 고갈될 줄 알았던 석유가 200년은 더 생산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회사들이 벌어드리는 돈과 내는 세금은 막대하다. 수압 파쇄는 물과 혼합물을 고압으로 분사, 셰일 암석에 균열을 내 원유를 뽑아내는 방법인데, 문제는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극심했다는 것. 이런 환경단체들의 행동을 두고도 트럼프와 바이든의 시각은 갈린다. 공화당의 경우, 처음부터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하지만 바이든과 민주당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담배산업과 총기소지도 비슷한 사안이다. 

트럼프가 요란한 '1호기 공항 유세'를 펼치는 반면,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의 애리조나 투손 공항 유세 장면.

④유대인 커뮤니티(Jewish Community)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를 기억하는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돼 사망한 미국인이다. 이후 유대인 커뮤니티가 움직여 ‘오토웜비어법’이 제정됐다. 여기엔 웜비어가 유대인 가정 출신(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이라는 배경이 녹아 있다. 오토웜비어법으로 북한은 금융제재를 혹독히 받고 있는데, 이는 미국 유대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1654년 신대륙에 첫발을 디딘 후 성공신화를 써 왔다. 미국 총인구(2억 8천만 명)의 2.2%에 해당하는 600여만 명의 유대인들은 대부분 상류권에 속한다. 이들은 주로 금융을 움직이고 있다. 재력을 갖춘 로스 차일드 가문의 영향으로 도이치뱅크, HSBC, 노바스코샤 등 은행들을 설립해 영국, 독일,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계를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록펠러, JP 모건을 지원한 것도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이 로스차일드 가문을 뒤에 두고 JP 모건 주도로 만든 것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다. 생소하겠지만, 미국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등 통화 정책(달러를 발행해 미국 정부에 납품)을 관리하는 FRB는 미국 국가기관이 아니다. 민간금융기업이다. 이 FRB의 소유주가 로스차일드 가문, 록펠러 가문, JP 모건 가문이다. 

다른 기업들을 이야기 하자면, 미국 100대 기업 중 1/3이 유대인 소유다. 세계 3대 곡물회사, 세계 7대 메이저 석유 회사 중 6개가 모두 유대인 소유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델 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 △FRB 전 의장 앨런 그린스펀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 총재 폴 울포위츠(네오콘의 아이콘) △신문왕 조셉 퓰리처가 유대인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거대한 미국을 움직이는 건 유대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유대인과 결혼하고, 유대교로 개종하고, 유대인이 된 건 우연한 일이 아니다. 

⑤라티노(Latino)의 히스패닉 파워
유대계 다음으로 막강 파워를 가진 집단이 히스패닉(Hispanic)이다.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이 히스패닉계다. 과거에는 이들을 멕시칸(MEXICAN)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중남미 곳곳에서 이주해 오면서 히스패닉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그런데 히스패닉이라고 다같은 히스패닉이 아니다. ‘히스패닉의 적(敵)은 히스패닉’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초창기 멕시코와 쿠바 등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했는데, 이들은 미국 히스패닉계의 여론을 주도했다. 그런데 점차 중남미 각국의 불법 이주자들이 늘어나면서 히스패닉 안에서도 계층이 생기게 됐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갈등도 심화됐다. 

히스패닉 우표

사실, 히스패닉계는 ‘트럼프 반 이민정책’의 가장 큰 희생자다. 그런데 히스패닉 부유층은 희생자인 동시에 지지자이기도 하다. 기득권을 유지하고 중남미 불법체류자들을 억제하기 위해 대거 공화당으로 돌아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쪽수’도 상당하다. 낙태를 금지하는 가톨릭의 영향으로 히스패닉은 다산과 조혼 풍습이 있다. 그러기에 30대에 벌써 3대가 모여사는 경우도 흔하다. 바꿔 말하면, 한 집에서 ‘엄청난 표’가 나온다는 얘기다. 

⑥후보들의 종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크게 부각 되는 요소는 ‘종교’다. 미국은 최대 복음주의 개신교 국가다. 미국 동남부를 가면 가장 인상적인 게 골목마다 대형교회들이 있다는 것. 지방으로 가면 거의 주민의 90%가 침례교회(the Baptist Church)를 다닌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신대륙을 건너간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신자들이 미국을 건국했기에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서도 ‘성경’에 손을 얹으며 한다. 존 F. 케네디가 가톨릭 신자였던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신교 신자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새 백악관 주인은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해야 한다. 사진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 당시 모습.

밋 롬니 (Willard Mitt Romney)가 몰몬교(Mormonism) 신자였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몰몬교는 정통 기독교는 아니다. 2008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역시 이슬람 신자라는 설이 난무했지만, 그는 실제로는 아주 진보적인 개신교회인 ‘연합 그리스도의교회’(UNITED CHURCH OF CHRIST)의 신도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오랫동안 마블합동교회(Marble Collegiate Church)에 다녔다. 베스트셀러 ‘적극적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의 저자이며 ‘가이드포스트’를 창간한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 목사가 1932년부터 1984년까지 무려 52년간 이곳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기도 했다. 

반면 조 바이든은 가톨릭 신자다. 바이든은 낙태를 합법화하는 민주당 정책을 옹호하면서 낙태를 금지하는 가톨릭과 대립한 적도 있다. 그런 탓에 가톨릭 미사의 가장 중요한 의식인 ‘성찬례’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복음주의 기독교(개신교): Evangelical Christian)’는 전체 인구의 25.4%다. 낙태 및 동성애 반대, 작은 정부, 총기 자유화 등이 이들의 핵심 목표다. 낙태 반대론자인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을 후임으로 지명한 것도 이들의 지지가 재선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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