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변가 바이든...그의 입엔 '과속방지턱'이 없다
달변가 바이든...그의 입엔 '과속방지턱'이 없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1.2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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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미국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떠나면서 "지금은 어두운 시기다. 미국은 희망과 빛, 끝없는 가능성의 땅"이라고 고별사를 했다. 말이 많다는 거, 본인에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소년 시절 ‘말더듬 증세’가 심했던 바이든은 정치가가 되어서는 오히려 ‘달변가’로 변했다.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조 바이든 자서전, 김영사, 2020) 『바이든과 오바마』 (스티븐 리빙스턴 저, 조영학 옮김, 메디치, 2020) 두 책에서 바이든의 말과 화법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편집자주>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조 바이든. photo=바이든 트위터.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 바이든은 소년 시절 말더듬 증세가 심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너의 뇌가 너를 앞지르는거야. 다른 애들이 놀린다면 그건 그 애들한테 문제가 있어서 그런거야”라고 위로해 줬다고 한다.『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p31) ‘너의 뇌가 너를 앞지르는거야’라는 말은 ‘너의 앞서가는 생각을 말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열살 때 델라웨어주 윌밍턴으로 이사하면서 가톨릭학교로 전학했다. 거기서 한 수녀가 바이든의 말투를 듣곤 지적해 주었는데, 그게 바이든의 엄마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또 한번 내 아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그땐 다시 와서 그 모자를 머리에서 벗겨내 갈가리 찢어버리겠어요. 알아듣겠어요?”(p39)

바이든 “말더듬이가 내 묘비명이 될까봐 겁났다”
보통의 엄마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하고서도 말더듬 증세는 여전했다. 바이든은 자서전에서 “아이들은 멍청이 보듯 나를 쳐다보며 비웃었다. 말더듬이가 내 묘비명이 될까봐 겁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장애물이 내게는 신의 선물이었다”며 “그 장애를 짊어짐으로써 나는 더욱 강해졌고 내가 바라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p29)고 썼다. 

델라웨어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을 얻은 바이든은 30세이던 1972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다. 당시 현역 공화당 거물 케일럽 버그스를 꺾고 최연소로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기쁨도 잠시. 당선 한달 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내와 자녀 셋이 탄 자동차 사고가 난 것이다. 바이든은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 

사고가 났을 때 보, 헌트, 나오미, 닐리아가 함께 차에 타고 있었다. 닐리아(아내)는 죽었고 딸(당시 한살)도 죽었다. 아들 둘은 살았지만 보(당시 3세)는 뼈가 부러졌고. 헌트(당시 2세)는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중략)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듯 가슴속에서 텅빈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p145)

의원직을 포기하려고도 했던 바이든은 민주당 지도부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고, 아이들 병원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훗날 장남 보는 델라웨어주 법무장관까지 지냈지만 2015년 45세에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장남 사망 충격으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차남 헌터(50)는 형의 아내 형수와 동거, 아버지 이름으로 로비스트 활동을 하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NYT 칼럼니스트 “머리와 입 사이에 과속방지턱 없어”
상원의원만 내리 6선을 한 바이든은 2008년, 버락 오바마로부터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이와 관련 미국 저널리스트 스티븐 리빙스턴은『바이든과 오바마』라는 책에서 “조는 총명한 정치가이지만 그의 성공은 어느 정도 사교성 즉, 말주변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이자 일간 ‘애틀란틱’ 기자인 마크 보든(Mark Bowden)은 “조 바이든은 사람을 만나는게 아니라 삼켜버린다”며 바이든의 스킨십과 친화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 측근에선 바이든이 말이 너무 많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스티븐 리빙스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바이든이 너무 말이 많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속에서 그의 ‘힘’을 보는 이들도 있었다. 위원회 모임에서 그가 너무 오래 말을 한다고 비평가들이 비난을 하자 뉴욕타임스의 보수적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바이든을 옹호하고 나섰다.

스티븐 리빙스턴에 따르면,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심지어 바이든을 ‘떠버리’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단연코 그는 생각이 깊다”며 “단지 바그너의 음악처럼 길 뿐”이라고 했다. 브룩스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 

바이든이 머리와 입 사이에 과속방지턱이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진솔하게 보이지 않는가. 솔직함을 자신의 강력한 이미지로 만든 덕분에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지켜내고 자신에게도 솔직할 수 있었다.>(p102)

‘머리와 입 사이에 과속방지턱이 없는 것만은 사실’이라는 유머러스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이 대목의 뉴욕타임스 원문을 직접 찾아봤다. 

원문:
It is true the man has no speed bumps between his brain and his mouth. But this only makes him more candid. And by making candor the core of his self-image, he has preserved the ability to think independently and to be honest with himself.(2006년 1월 15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바이든은 델라웨어대 영어과 교수인 질 바이든(68)과 재혼(1977년), 딸 애슐리(39)를 뒀다. 그는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를 떠나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을 언급했다. "지금 여기 유일하게 애석한 것은 그가 여기 없다는 것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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