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토크/ 코로나가 '맥주 입맛' 바꿨다
정희선의 재팬토크/ 코로나가 '맥주 입맛' 바꿨다
  • 정희선 일본대표
  • 승인 2020.11.1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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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판매 수량’에서 ‘판매 금액’으로 변경
<도쿄=정희선 기업 애널리스트(재팬올 일본대표)> 일본 맥주류(맥주, 발포주, 제3의 맥주) 시장점유율은 그동안 아사히>기린>산토리>삿포로맥주 순이었다. 아사히와 기린은 30%대, 산토리와 삿포로는 10%대 수준. 순위 다툼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과거 40여 년은 기린이, 근래 20년은 아사히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아사히맥주는 올해부터 맥주류 시장의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판매 수량’이 아닌 ‘판매 금액’ 공표로 전환한 것이다. 아사히를 제외한 3개사(기린, 산토리, 삿포로)는 종전대로 판매 수량을 공표한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기린이 선두를 탈환하려는 눈앞에서 아사히가 판매 수량 공표를 폐지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보도한 이유는 2019년 상반기 점유율에서 아사히(36.9%)와 기린(35.2%)의 격차가 1.7% 포인트까지 좁혀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소비...“기린, 아사히에 11년 만에 역전”
급기야 이번 코로나 사태로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용에 강한’ 기린맥주가 더 잘 팔린 것. 일본 언론들은 “2009년 이후 아사히에 뒤지고 있던 기린이 올해 상반기 11년 만에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는 아사히가 판매수량을 비공개로 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정 보도다. 한 경제매체는 “올해 상반기(1~6월)의 시장점유율은 기린 37.6%, 아사히 34.2%로 3.4%포인트 차이로 기린이 역전했다”고 보도했다. 

기린 홈페이지의 '이치방시보리' 광고.

1990년 출시된 ‘이치방시보리’ 기린 30년 효자상품
기린맥주는 노르웨이 태생 미국인 윌리엄 코플랜드(William Copeland: 1834~1902)가 세운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Spring Valley Brewery)가 모태다. 40여 년 넘게 맥주시장 독주를 하던 기린은 1980년대 후반 아사히가 히트상품(수퍼드라이)을 출시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기린은 ‘수퍼드라이’에 대적하기 위해 1990년 ‘이치방 시보리’(一番搾り)를 출시했다. 

보통 맥주는 당화(糖化)된 맥즙을 여과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쓴 맛이 별로 없는 ‘첫 번째(一番) 맥즙’과 그후 쓴 맛과 떫은 맛이 나는 ‘두 번째(二番) 맥즙’을 섞어서 발효시켜 만든다. 이치방 시보리는 ‘두 번째 맥즙’을 전혀 쓰지 않고 ‘처음(이치방:一番) 짜낸(시보리:搾り) 맥즙’만으로 순수한 보리 맛을 최대한 살린 맥주다.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이치방 시보리는 여전히 기린맥주의 효자상품이다. 기린 홈페이지의 메인 상품 사진을 봐도 그렇다. 

아사히맥주의 수퍼드라이

아사히맥주 1987년 ‘수퍼드라이’로 선두 진출 발판
아사히(朝日)맥주의 뿌리는 오사카맥주회사(大阪麦酒会社)다. 오사카맥주가 일본맥주(현 에비스), 삿포로맥주(현재의 삿포로)와 합병해 일본 굴지의 ‘대일본맥주주식회사’가 설립됐다. 태평양전쟁 후인 1949년 ‘대일본맥주주식회사’는 재벌 해체 정책에 따라 분할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 과정에서 아사히맥주회사(서일본 기반)와 삿포로맥주회사(동일본 기반)가 탄생했다.

회사 분리로 어려움을 겪던 아사히는 1958년 일본 최초로 캔맥주를 내놓았다. 이어 1986년 고쿠키레비루(コクキレビール), 1987년 수퍼드라이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업계 선두 진출 발판을 만들었다. 마침내 1998년 기린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정희선 재팬올 일본대표>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산업,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라이프 스타일 판매중’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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