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한줄 어록/ 부지런한 ‘초짜’가 제일 무섭다
CEO 한줄 어록/ 부지런한 ‘초짜’가 제일 무섭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11.24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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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도지 슌야(田路舜哉)
▶경력: 스미토모 상사 전 초대사장
▶생몰연도: 1893~1961
▶태생: 효고현

한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라면 '말 한마디'로 조직원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직원들이 잘 조련된 전문가 집단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것도 창업 초기라면.

여기에 꼭 들어맞는 경영자가 하나 있다. 일본종합상사 스미토모상사(住友商社)의 초대 사장을 지낸 도지 슌야(田路舜哉)라는 이다. 그의 ‘한 줄 어록’을 보기 전에 스미토모그룹 역사부터 좀 알아보자. 

스미토모그룹의 창업 시조는 승려
일본 3대 재벌 중 하나인 스미토모그룹의 창업 시조는 승려다. 스미토모 마사토모(住友政友, 1585~1652)는 원래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교토에서 열반종 승려가 되었다. 이후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절에 가게를 열었는데 책과 약재를 팔았다. 이게 지금의 스미토모그룹의 출발이었다. 

‘문수원’(文殊院)이라 불리기도 했던 스미토모 마사토모는 가게의 점원들에게 상인의 도리를 가르치는 『문수원지의서』(文殊院旨意書)라는 책을 남겼는데, 이는 스미토모그룹의 사업 정신이 되었다.

이 책의 첫 머리에는 ‘장사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인간으로서 모든 일에 마음을 담아 힘쓸 것’ (売は言うまでもなく、人として全てのことに心を込めて励むこと)이라고 적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순한 돈벌이에 매달리지 말고 인격을 닦고 갖추라는 것이다. 

구리 제련 광산업을 바탕으로 재벌로 올라서
아버지 스미토모 마사토모에 이어 아들 스미토모 토모모치(住友友以)는 오사카에서 구리 제련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메이지유신 시기를 거치면서 벳시구리광산(別子銅山) 수익을 활용해 은행, 창고, 보험, 신탁 등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얼마가지 않아 광공업, 금융업 양대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로 발전했다. 

스미토모그룹이 상사 부문을 발족시킨 건 1919년이다. 당시 회사 이름은 오사카북항(大阪北港)주식회사. 이후 스미토모 토지 공무 주식회사(住友土地工務株式会社)라는 이름을 거친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스미토모도 GHQ(맥아더 사령부)의 재벌 해체 명령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스미토모’라는 상호를 쓸 수 없게 된 것. 그래서 1945년 일본 건설 산업 주식회사(日本建設産業株式会社)라는 이름으로 상사업에 공식적으로 진출했다.(1952년 ‘재벌 상호 사용 금지’ 폐지로 스미토모상사로 변경)

스미토모상사의 초대사장 도지 슌야
당시 상사 부문 초대 사장으로 취임(1947년)한 이가 도지 슌야(田路舜哉)다. 동경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1932년부터 6년간 중국 스미토모 상해양행에서 지배인을 지냈다. 임원 중 유일한 무역 유경험자라는 점을 인정받아 사장에 올랐다. 32명의 아마추어 직원들을 데리고 상사 부문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전후(戰後)라서 스미토모 계열 제조업체들은 아직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스미토모 직원들은 영업 경험이 전무했다. 팔 상품도, 경험도 없는 직원들에겐 ‘뭔가’가 필요했다. 도지 슌야는 직원들을 고무시킬 방법으로 한 문장을 가다듬었다. “열심히 하는 초보가 (나태한) 전문가보다 낫다”(熱心な素人は玄人に優る)는 말이었다. 

당시 이 말은 스미토모상사의 사시(社是)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영업 초보 사원들은 도지 슌야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무서운 돌파력으로 스미토모상사를 키워 나갔다. 말 한 마디가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열심’(노력 또는 열정). 어떤 분야든 이 하나만으로 큰 성과를 내긴 어렵다.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인 건 분명하다. ‘열심’이라는 단어는 모든 비즈니스의 초심이다. 

▶재팬올 한 마디: ‘열심’(熱心)이라 쓰고 ‘성공’(成功)이라고 읽는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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