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이 강조한 말...우보천리(牛步千里)
'경영의 신'이 강조한 말...우보천리(牛步千里)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1.0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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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의 붉은 황소 그림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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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재우> 코로나와 함께 눈을 뜨고, 코로나와 함께 일(재택)을 하고, 코로나와 함께 잠이 드는 일상이 된 지 1년. 누군가는 지난 1년을 두고 ‘슬픈 안식년’ 같다고 했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의 삶과 일을 멈춰 세웠고, 궤도수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소의 해 신축년에는 소에게서 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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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또는 할머니집) 외양간에서 소를 키워봤거나, 지켜 본 사람은 안다. 소가 얼마나 진실된 ‘식구’인지. 소를 몰고 다녀 본 사람은 안다. 소가 얼마나 길 밝은 영물인지. 소에게 짐을 얹어본 사람은 안다. 소의 뚝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는 힘겨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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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내와 끈기의 상징인 그런 소에게서 ‘한없는 베품’과 ‘걸음’(행보)의 철학을 배웠고, 현재도 배우고 있다.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에게 모든 걸 내어주는 ‘베품’의 가축이다. 또 묵묵히 걷는 소의 걸음에서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천히 천리를 간다)의 진리를 인간들에게 일깨워줬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 벽화거리의 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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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청산면엔 벽화거리가 있다. 옥천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고향. 그 벽화거리에 소와 농부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다.(위 사진) 나이든 농부가 뒤에서 쟁기질을 하며 소를 뒤따라 가고 있다. 근데, 소는 혀를 삐죽 내밀며 풀을 먹으려 딴청을 피운다. 스윽~웃고 있는 벽화 속 소의 표정을 바라보며 잠시 힐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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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에서는 붉은 황소의 기운을 느꼈다. 우람한 뿔을 쳐든, 입을 쩍 벌린 소 그림.(맨 위 사진) ‘ㅈㅜㅇㅅㅓㅂ’(중섭)을 낙관으로 삼았던 이중섭(1916-1956)에게 소는 자화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불운의 화가 이중섭은 “소의 커다란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저 행복하다”고 했다. 이중섭이 그랬던 것처럼, 불운을 겪고 있는 우리도 코로나를 벗어나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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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파나소닉(마쓰시타전기)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94~1989) 역시 소의 지혜를 강조했었다. “서둘러 빨리 성공하는 건 위험합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빨리 성공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하지만 뒷걸음쳐서는 안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소걸음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는거죠.”(‘마쓰시타 고노스케 발언집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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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코로나 탓에 ‘슬픈 이별’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익히 경험해 보지 못한 또다른 종류의 죽음. 천주교 대구교구 성직자묘지 입구에는 ‘HODIE MIHI CRAS TIBI’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의미. 죽음의 순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은 내 차례이니 내일은 당신 차례’라는 것. 바이러스는 죽은 자와의 이별식조차 막고 섰다. 이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일상을 돌려받을 날은 머지 않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tvN, 2018)를 기억하는가. 주인공 이선균은 힘들 때마다 이렇게 내뱉는다. 

“다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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