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대선 그 후...‘바이든의 길’
생생 미국 리포트/ 대선 그 후...‘바이든의 길’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01.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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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과 카멜라 해리스.

<미국 LA=이훈구 재팬올 미국대표 >미국 의회가 지난 7일 새벽(현지시각)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투표한 선거인단 투표를 인증했다. 이번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큰 오점을 남겼다. 사실 미국의 의회민주주의는 병들어 있다. 정당정치의 대결 논리와 이념적 갈등 때문에 국정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빈번한 교착상태에 빠져 여러 정책을 제때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여러 논란 가운데에서도 대선인증 절차를 자신의 권한을 사용하지 않고 의회에서 끝냈다. 비로소 ‘당선인’이라는 명칭이 조 바이든(Joe Biden)에게 정식으로 부여 되었지만 여전히 불씨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살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상원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한 펜스 부통령.

 

▲ 2020 ‘TIME’지 표지 논란
지난 미국 대선에서 줄곧 논란이 된 것은 바이든의 건강 문제다. 실제로 그는 미국 역사상 몇 안 되는 최장수 의원이다. 1973년 미국 델라웨어주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며 부통령을 두 번이나 지냈으니 건강하다면 그건 신이 주신 축복이다. 더군다나 ‘최고령 당선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녔다. 그리고 빈번하게 말실수를 하기도 한 탓인지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그의 침묵은 대선 이후 미국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캐멀라 해리스(Kamala Harris)의 말실수도 만만치 않아서 바이든과 해리스는 내내 언론을 기피 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후광으로 부통령이 된 해리스 역시 유색인종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입으로 두말하는 정치인’으로 민주당 내 경선에서 계속 시달림을 받았다. 급기야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서 사상 최초로 바이든과 해리스가 함께 등장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경선 때부터 ‘임기 2년 후에는 해리스’라는 의혹이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었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서 사상 최초로 바이든과 해리스가 함께 등장했다.

▲ ‘칵테일 좌파’(Cocktail Left)
그렇다면 이러한 소문의 근원지가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 ‘강남좌파’가 있다면 미국에는 ‘칵테일 좌파’(Cocktail Left)가 존재한다.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들에게는 부담감이 있다. 심지어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마저도 칵테일 좌파 출신이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은 여기에 한가지 더해져 ‘금수저’ 출신이라는 수식어까지 덧붙여졌다. 

그러나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난 바이든은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외가의 도움으로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왕따를 당하였으며 이 때문에 시러큐스대 로스쿨 이후 로펌이 아닌 국선변호인으로 일했다. 여러 언론에서는 그가 일부러 서민의 편에 서려고 그러한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미국의 ‘흑수저’였다. 

미국은 특히 가문의 후광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바이든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에 반해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암 연구 과학자 겸 민권 운동가였던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을 했지만 엄연히 칵테일 좌파 출신.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역시 이에 관하여 여러 말들이 오갔다. 흑수저 좌파와 칵테일 좌파의 연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비록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대통령 보다 더 우위에 있는 부통령이 되는 것을 많은 미국인들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리스의 경우 사사건건 버니 샌더스와 보조를 같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은 전혀 DNA가 다른 인물이다. 또한 바이든, 해리스 두 사람 모두 말실수가 아킬레스건이고 특히 바이든에게는 아들 ‘헌터 바이든’스캔들이 지뢰로 남아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미국 의회를 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상임위원회 중심의 분권화 체제’를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전통이 무너지고 의원 개인 간 개별적인 행동이 더 많아졌다. 취약한 정당 지도부의 권한과 연방제 국가라는 한계 때문이다. 미국의 의회는 여·야라는 구분이 이따금 모호해 질 때가 있다. 한국처럼 정당에서 내려보내는 지침과 의원 개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을 움직이는 3인. 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카멜라 해리스.

미국인들은 철저한 개인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상 지역구 중심의 정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연방정부와 엇박자가 나면 ‘연방탈퇴’를 서슴지 않고 주장하면서 압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당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한 대통령이었다. 심지어 대선 주자였던 고(故)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이나 밋 롬니(Willard Mitt Romney) 상원의원의 경우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했고 대선과정에서 낙선운동 수준의 방관을 했다. 

바이든 역시 버니 샌더스 측과 손을 잡기는 했지만 급진적 좌파정책을 펼치지는 않으리라 예상되기 때문에 이 점이 해리스와 갈등 요소가 될 여지가 높다. 실제로 트럼프와 펜스는 이번 인증과정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바이든이 당선인이 된 상황에서 오바마가 야심 차게 펼쳤던 ‘오바마케어’에 관한 폐지가 합의되고 있을 정도니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 인증의 기쁨도 잠시, 미국의 대통령은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내의 ‘정적들’과도 밀당을 해야 하는 아주 피곤한 자리이며 ‘천조국’이라 불리우는 세계 최고의 나라를 유지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감이 있는 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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