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빵맨’ 래리 킹과 마크 트웨인의 ‘멜빵 특허’
‘멜빵맨’ 래리 킹과 마크 트웨인의 ‘멜빵 특허’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1.26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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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의 간판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Larry King·87)이 23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코로나에 감염,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1985~2010년까지 ‘래리 킹 라이브’을 통해 유명인사, 심지어 범죄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던 그다. 그런 그는 2010년 CNN과 계약 해지했다. 래리 킹의 생전 모습은 ‘멜빵’ 그 자체였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에선 한때는 배 나온 '아재들의 패션'. 이 멜빵은 언제부터 생겨 났을까. 

23일(현지시각) 별세한 미국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우리말 ‘멜빵’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1931년 동아일보 칼럼에 <허리띄를 하지 말고 멜빵을 하는 것이 위생상 조흡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조선시대 지게에 달린 어깨끈을 가리키는 ‘지게 멜빵’에서 나온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래리 킹, 심장 수술 후 몸무게 빠져 ‘멜빵’ 시작
‘멜빵’은 말 그대로 ‘메는 띠’다. 미국 영어로는 ‘거는 것’이라는 의미의 ‘서스펜더스’(Suspenders), 영국식으론 브레이시스(braces)이다. 멜빵의 어원을 검색하다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사(2010년 12월 16일자)를 발견했다. 공교롭게 래리 킹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은 ‘멜빵에 대한 짧은 역사’(A Brief History of Suspenders). 기사의 시점은 래리 킹이 CNN과 계약을 끝냈던 때다.  

타임은 “이 베테랑 진행자(래리 킹)가 마지막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하는 12월 16일, 그의 멜빵도 공식적으로 은퇴한다”고 보도했다. 래리 킹이 처음부터 멜빵 패션을 선호했던 건 아닌 듯하다. 타임은 “심각한 심장수술 후 살이 빠져 바지를 치켜 올려줄 뭔가가 필요했다”며 “빨강, 파랑, 눈부신 노랑 멜빵들은 1987년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고 전했다. 타임은 “멜빵이 몇 개나 있는지 래리 킹 자신은 정확하게는 모른다”며 “150여 개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타임에 따르면, 최초의 멜빵은 18세기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본적으로 바지 단추 구멍에 부착된 리본 스트립이 그 원형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현대식 멜빵은 1820년경, 영국 디자이너 알버트 서스턴(Albert Thurston)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때부터 남성들은 ‘허리가 높은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마크 트웨인(Mark Twain)으로 잘 알려진 사무엘 클레멘스. 사진=픽사베이

작가 마크 트웨인 ‘미국 멜빵 특허의 시초’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멜빵의 역사에 우리에게 마크 트웨인(Mark Twain)으로 잘 알려진 사무엘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 1835~1910)가 등장한다는 것. 실제로 마크 트웨인은 이름난 발명가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타임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멜빵과 관련된 미국 최초의 특허 중 하나는 1871년 사무엘 클레멘스가 낸 것인데, ‘떼었다 붙였다 조절 가능한 스트랩’(Adjustable and Detachable Straps for Garments)이었다.”
타임 원문: One of the first U.S. patents for suspenders was issued in 1871 to Samuel Clemens (better known as Mark Twain) for "Adjustable and Detachable Straps for Garments.

마크 트웨인의 멜빵 특허번호는 US121992 A. 어느 패션 매체는 "마크 트웨인의 이 스트랩은 현재 여성들의 브래지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This strap is widely used in bras now.)"고 했다. 타임은 “이후 멜빵은 대문자 H모양(H-back)에서 X모양(X-back)으로, 또 다시 Y모양(Y-back)으로 이어졌다”며 “오늘날 세 가지 모델이 모두 사용 가능한데, 미국 소방관이 아니라면 H모양(H-back) 멜빵은 매우 드물다”고 했다. 

멜빵은 한국에선 한때 아재들의 패션으로 통했다. 사진=픽사베이

배우 험프리 보가트-다이앤 키튼 멜빵 유행시켜
이런 멜빵은 20세기 초반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멜빵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때부터 스크린 스타들이 멜빵을 주로 입기 시작했다. 미국 명배우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1899~1957)는 제2차대전이 일어났을 때, 직물 배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한꺼번에 6개를 구입했다고 한다. 

1970년대엔 다이앤 키튼(Diane Keaton·75)이 있었다. 그녀는 우디 앨런 감독의 1977년 영화 ‘애니홀’(Annie Hall: 다이앤의 애칭인 ‘애니’와 그의 본명인 ‘다이앤 홀’에서 따옴)에서 매니시 룩(여성복에 남성적 요소 가미한 패션)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남녀평등과 워킹우먼을 내세운 그녀의 매니시 룩엔 멜빵도 한몫했다. 

이 영화 속 의상을 만들어낸 이가 바로 랄프 로렌이다. ‘가장 미국스러운 패션’이라는 랄프 로렌 브랜드는 이번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한번 더 눈길을 받았다. 조 바이든이 이 브랜드의 정장과 코트를 입고 등장했던 것. 1986년, 잡지 피플(People)은 패션 성향의 10대들을 향해 “멜빵이 ‘매우 감각적’(very sensual)”이라며 “멜빵을 축 늘어 뜨릴 것”을 권하기도 했다. 

아무튼, 천국으로 떠난 래리 킹은 거기서도 멜빵을 하고 있지 않을까. RIP Larry King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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